눈 올 때 잠깐 고옥주
도시를 슬로우 비디오로 만드는 눈. 바라보면 날아올라 구름에 달라붙고 눈 돌리면 슬금슬금 물방울에 쌓이는 눈. 길들은 지익지익 소리를 내며 이해할 수 없이 아득해지고 사람들의 내부 회로에 눈송이 하나가 내려앉자마자 일상의 톱니바퀴가 툭 불거지면서 느릿느릿 흐르는 물 잠시 손을 놓는 뼈 뼈를 이탈하는 너울이 늘어져 질질 끌리다가 뒷부분이 검게 물들고 잘라져 나가는 잠깐, 망가진 채로 나는 드디어 내 몸을 벗어났다. 나뭇잎 훌훌 털어 제 몸 벗어나는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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