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땅 라다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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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땅 라다크 (5)
  • 이정식 / 언론인
  • 승인 2014.10.1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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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공초 호수의 아름다운 반영

▲ 판공초 호수의 반영

판공초 가는 길은 역시 쉽지 않았다. ‘창라고개’에서 조금 내려가다가 비교적 평탄한 산 중턱에서 가져간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었다. 기온이 뚝 떨어져 “오싹”하고 한기가 느껴졌다. 가져간 겨울 점퍼를 급히 꺼내입었다.

식사를 마친 후 한참을 더 내려가 두번째 검문소에 다가갈 즈음 트럭 하나가 도로위에 직각으로 즉 90도로 누워 있는 광경이 보였다. 길이 막혀 버린 것이다.

포크레인이 뒤집힌 트럭을 끌어내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다. 만약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가 가까이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산중에 갇힐 뻔하였다. 차를 끌어내는 사이에 우리는 검문소에서 수속도 하고 휴식도 취했다. 마침 길 옆에 포장 찻집이 있어 이곳에서 '차이'를 시켜 한잔씩 마셨는데, 이 시간에 즉석 음악회가 열려 몇 분이 한곡조씩 했다. 나는 ‘창라고개’를 넘어온 터라 가곡 '바위고개'를 불렀다. 며칠전부터 목이 부어있었지만, 한 곡조 안 할 수 없었다.

마침내 해발 4300미터에 위치한 푸르디 푸른 고산 염호(소금호수) 판공초에 도착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거울같은 호수에 그대로 반영이 되어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나무 한그루 없는 산은 옅은 황토빛이었고 눈이 쌓여있는 흰 봉우리들이 멀리 보였다.

일행은 호숫가에서 단체사진도 찍고 각자 취향대로 촬영에 몰두하다가 천막식당으로 이동해 볶음면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판공초 호수 건너편은 중국땅이다. 우리나라 백두산 천지처럼 판공초 호수의 한쪽은 인도, 한쪽은 중국 땅이다. 정확하게는 중국의 티벳장족자치구(서장자치구, 西藏自治區).

티벳은 중국에 점령 당한지 벌써 60년이 더 됐다. 1949년 국공내전의 승리로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 후, 중국은 옛 영토를 회복하겠다며 1950년 10월 티벳을 무력 점령하였다. 이후 많은 티벳인들이 정치적 탄압을 피해 이웃 인도로 망명했다. 흔히 달라이라마로 불리는 티벳의 지도자 텐진갸초(제14대 달라이라마, 1935~ )는 1959년 티벳을 탈출, 북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웠다.

현재 티벳은 중국 영토의 일부이지만, 망명객들에게 티벳은 빼앗긴 땅이다. 티벳은 역사와 민족, 종교, 언어가 중국과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티벳에서는 이미 중국화(동화정책)가 상당히 진행되어 이주한족이 경제권까지 장악하고 있다. 아직도 티벳의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와 분신 등이 때대로 외신을 통해 보도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티벳의 독립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즐거운 마못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희한한 장면들을 목격했다. 길옆에 차가 서길래 내려서 보니 야생동물인 마못(marmot)이 사람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재롱을 부리는 것이었다. 크고 작은 마못 서너 마리가 사람들 앞에서 놀고 있었다.

▲ 사람들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마못
▲ 관광객의 카메라를 만져보는 마못

마못은 주로 풀이 많지 않은 고산 평원에 사는 가장 큰 다람쥐과 야생동물이다. 몽골 등에서는 인기있는 사냥감이며 독수리들이 좋아하는 먹이중 하나이기도 하다. 털의 색깔은 황갈색으로 얼굴은 귀짧은 토끼를 닯았다. 꼬리를 뺀 몸길이는 30~60cm로 다리가 짧고 통통하게 생겼다.

몽골 등에서 사람을 보고 부리나케 달아나는 마못을 본적은 있는데 그런 야생동물이 이곳에서는 사람들과 이처럼 가깝게 어울리니 어찌된 일인가. 마못은 관광객에게 다가와 카메라를 만져보기도 하고 곧추서서 얼굴을 쳐다보기도했다. 사람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이처럼 편하게 노는 것이리다. 아마 전부터 사람과의 접촉이 있었을 것이다.

구멍 속에 있다가 사람이 보이니까 나온것인지, 사람들이 마못을 보고 차를 세운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상식을 뒤집는 상황이었다. 사람이 다가가면 멀리 도망가거나 구멍 속으로 숨는 것이 여태까지의 상식 속에 있는 야생동물 마못이었는데 오히려 반대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으니 얼마나 신기한가.

이곳을 떠나 '창라고개'로 올라가다 만난 염소들도 그랬다. 다른곳에서는 염소도 낯선사람이 다가가면 대개 반대방향으로 종종거름을 치는데 여기서는 사람들이 있는 길쪽으로 몇 마리가 다가 왔다. 마침 일행중 한 사람이 누룽지를 갖고 있어 염소들에게 주었는데, 잘 받아먹었다. 머리나 등을 만져도 태연했다.

사람과 동물이, 심지어 야생동물까지 이처럼 평화롭게 함께 할 수 있다니 참으로 신비로웠고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티벳 불교도가 대부분인 라다크가 불심이 깊은 땅이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야생 동물도 상대가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을 라다크 여행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매우 값지고 흐뭇한 경험이었다.

오는 길에 보니 길옆으로 한참 굴러 떨어져 바위틈에 걸려있는 차량도 있었고 길 아래 새카만 계곡에 바퀴 등 자동차의 잔해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트럭과 지프 등이 좁은 도로에서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비켜 지나가는 것도 자주 목격되었다. 레 인근 쳄리 곰파가 보이는 곳부터의 도로는 대체로 비교적 평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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