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땅 라다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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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땅 라다크 (3)
  • 이정식 / 언론인
  • 승인 2014.09.30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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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치에서 레까지

살구의 나라

 
▲ 알치 곰파의 마니차 골목

6일(수) 아침 식사 전에 몇 분과 인더스강을 보러 나갔다가 내친 김에 인근 수력발전소까지 가게 되었다. 알치곰파 옆의 마니차(지나가며 손으로 돌리게 되어있는 불경이 들어있는 둥근 통)가 길게 늘어선 좁은 골목을 통해 마을 밖으로 나갔다. 마을 밖 길가에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살구나무들이 있었다. 손을 뻗어 몇 개를 따 먹었다. 맛이 제법 들어 달콤했다. 살구나무는 라다크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본 과실수다.

수력발전소에서 돌아와 조금 늦게 아침을 먹고 레를 향해 출발했다. 출발 한지 얼마 안되어 어느 마을 앞에 차가 멈췄다. ‘사스폴’이라는 마을 이름이 적힌 팻말이 서 있었다. 살구로 유명한 마을이라고  했다. 둘러보니 서있는 나무들이 모두 살구나무다. 동네 자체가 살구 농원인 셈이다.

전부 주인이 있는 나무일텐데 일행이 모두 열심히 따 먹고 더러는 한움큼씩 주머니에 넣기도 했지만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었다. 듣던대로 ‘라다크의 인심이 좋긴 좋은가 보다’고 생각했다.

사스폴 마을에서는 밀 추수도 한창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 누렇게 익은 밀을 수확하는 농민들의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고 순박해 보였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빙긋이 미소지으며 포즈도 잘 취해 주었다.

인도에 온 후 카메라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는 별로 보지를 못했다. 그 점이 우리 일행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레로 가는 도중, 인더스강과 잔스카르 강과의 합류지점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잠시 내렸다. 두 강의 색깔이 달랐다. 한쪽은 뿌연 회색이었고 한쪽은 검푸른 색깔이었다. 그렇게 다른 색깔의 물이 합류지점에서 한 몽이 되어 흘러 가 고 있었다.

이곳에서 례는 멀지 않았다. 레에 도착 직후 또 여성 한분이 고산증세로 병원으로 가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나왔다. 병원에 가보니 비슷한 증세로 입원하여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는 외국인이 많더라고 했다.

 판공초 호수에 갈 것인가?

 레에 도착한 6일 저녁 식사후 우리는 중요한 회의를 하였다.

일정표대로 향후 이틀간 레와 인근의 곰파 순례를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둘째 날에 왕복 10시간이 더 걸리는 판공초 호수에 갈 것인지를 두고 토론이 있었다.

판공초 호수까지 가는데 있어 최대의 난점은 해발 5천m가 넘는 창라고개를 넘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그래도 가보자고 했고, 어떤 이는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하자고 했다.

나는 판공초 가는 쪽에 섰다.

결국 다음날인 7일에는 일정을 모두 같이하고 8일에는 두 팀으로 나누어 일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했다. 예상과 달리 판공초로 가는 쪽 인원이 더 많았다.

우리 일행은 모두 26명이었는데 이중에 판공초 행을 택한 사람은 16명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회의를 하는 중에 한국에서 유학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인도인 가이드 슈미트군이 "정말 가볼만한 곳"이라고 한 마디 던진 영향이 컷다. 그 바람에 망설이던 사람들이 판공초 쪽으로 손을 들었다.

가면극 축제

▲ 닥톡 곰파의 가면극 축제
▲ 레 시가지의 당나귀와 외국 관광객

7일은 오전에 닥톡 곰파에 가서 승려들이 펼치는 가면극 세츄(축제)를 관람했고, 나오면서 인근 민가의 4백년 됐다는 돌집에 들어가 현지식으로 점심을 했다.

레로 돌아오면서 외견상 테베트 라사의 포탈라 궁과 가장 많이 닮았다는 틱세 곰파의 전경을 촬영하였다. 시간에 쫓겨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였다.

오후에는 라다크 분지를 내려다 보는 언덕위에 우뚝 서 있는 옛 라다크 왕국의 궁이었던 레 왕궁과 망아지 만한 크기의 회색 당나귀들이 어슬렁대는 시내의 재래시장을 둘러보았다.

일행의 지프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가니 티베트 난민 시장(Tibetan Refugee Market)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담장에 둘러 쌓인 조그만 장터가 눈에 띄었다. 티베트를 떠나 이곳에 온 망명객들이 모이는 곳인 듯하였다.

 일년에 반만 열리는 라다크 고갯길

 라다크는 “고갯길의 땅”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라다크에 대한 고전이 된, <오래된 미래>를 쓴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는 이 책에서 라다크라는 이름은 “고갯길이 있는 땅”이란 뜻의 티베트 말 ‘라-다그스’에서 온것 같다고 설명한다. (La는 티베트 말로 고개라는 뜻)

그 말이 참으로 실감이 났다.

나무도 없는 가파른 산비탈에 난 천길 낭떠러지 고갯길을 한없이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 라다크다.

고개가 많다는 것은 오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의미다. 들어가기도 어렵고 나오기도 힘들게 되어있다

외부에서 차량으로 레까지 갈 수 있는 날은 일년에 반이 채 안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에 델리에서 스리나가르까지 비행기로 갔다가 그곳에서부터 지프를 타고 라다크의 수도 레까지 434km를 2박3일에 걸려 갔지만, 이 길도 일년에 반밖에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혹한기인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6개월간 봉쇄된다는 것이다.

델리 위의 마날리로부터 레까지가는 육로도 있는데 마날리로부터의 거리는 473km이다. 이 길은 11월부터 5월까지 7달동안 다닐 수 없다. 일년에 5개월만 열리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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