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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동갑내기 고시 선후배의 대결: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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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동갑내기 고시 선후배의 대결

민은기 기자 | 기사입력 2014/09/11 [00:26]

씁쓸한 동갑내기 고시 선후배의 대결

민은기 기자 | 입력 : 2014/09/11 [00:26]

임영록, 이건호, 최수현. 요즘 KB금융그룹 내분 사태를 둘러싼 이 세 사람의 대결이 국민의 큰 관심사다. 신문을 펼쳐도 TV를 켜도 이 거물들의 싸움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몇 푼 되지는 않지만 꼬박꼬박 저축하는 김 대리도, 내 집 한번 마련하겠다고 1억 원이 넘는 돈을 대출받은 박 과장도 오히려 금리보다 ‘임·이·최’와 관련된 뉴스에 눈과 귀가 더 쏠린다. 지금까지 금융권 인사가 이렇게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적은 없었다.

 

흥행요소가 풍부하니 대박은 당연하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1차전은 어떻게 보면 하극상에서 비롯된 ‘집안 다툼’이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자 이 행장은 즉각 사임했고 임 회장은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일단 버티기에 돌입했다.

 

2차전인 임영록 회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싸움은 모피아 인맥으로 분류되는 동갑내기 고시 선후배의 승부다. 두 사람은 55년생이지만 고시에서는 임 회장이 행시 20회 출신이고 최 원장은 25회로 5기수 차이가 난다. 흥미진진한 소재를 모두 갖추고 있으니 뭔가 곧 터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 이미 내재돼 있었다.

 

그리고 결국 10일 임 회장이 고시 후배인 최 금감원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임 회장은 이날 주전산기 교체갈등과 관련한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정면 반발했다.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그는 이어 “지금 새 최고경영자가 논의되면 KB가 지배구조 문제로 흔들릴 수 있다”면서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원 상당수가 임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도덕성과 위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회복하기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12일 금융위원회에서 중징계안 의결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또다른 금융위원도 “KB내분이 국민에게 안겨준 실망감, 금융권의 혼란 등을 볼 때 임 회장을 제재심 결정대로 경징계로 다시 낮추기에는 당국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측 인사 역시 “이미 정부내에서도 임 회장으로는 KB사태가 봉합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황”이라며 “이 분위기를 거스르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임 회장이 끝까지 싸움을 계속할 가능성과 적당한 시기에 거취를 정할 것이라는 전망은 반반이다. 만약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최종 승리자’가 된다면 과연 임 회장 퇴진 이후 또다른 관치금융 낙하산 방지책을 마련했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사실 임 회장과 이 전 행장 모두 관치금융에서 탄생한 CEO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이미 어느정도 예상됐다. KB금융은 정부가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순수 민간 금융회사임에도 국민·주택 통합 초대 은행장인 김정태 전 행장부터 황영기 전 지주회장, 강정원 전 은행장, 어윤대 지주회장 등 KB금융의 역대 최고경영자 등 6명의 수장들이 모두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KB금융 잔혹사는 결국 관치금융의 씁슬한 이면을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다.

 

대한민국 은행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리딩뱅크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관치금융의 병폐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말을 잘 듣지 않는 눈엣가시인 누구 누구를 찍어내기에 앞서 과연 제대로 된 낙하산 방지책이 있는가 스스로 묻고 잘못된 부분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 낙하산의 빈자리를 또다른 낙하산이 채운다면 한국 금융의 미래는 말 그대로 디 엔드(The En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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