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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지지 않은 약속: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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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지지 않은 약속

김종우 | 기사입력 2013/12/19 [21:26]

지켜지지 않은 약속

김종우 | 입력 : 2013/12/19 [21:26]

며칠 전 내린 눈이 얼어붙어 도로가 빙판이 됐을 때였습니다.
우리 동네 입구 사거리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좌회전을 받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면서 앞에 서 있던 승용차 뒤쪽 범퍼를
아주 경미하게 접촉했나 봅니다.
운전하던 나도 못 느낄 정도였으니까 신경도 쓰지 않고 차선 변경을 위해
옆으로 가려했습니다.
그때 앞차의 운전석 창문이 열리면서 젊은 여자가 눈을 아래위로 흘기며
계속 불량스런 표정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하도 황당해서 나도 차를 세우고 그를 쳐다 보며 왜 그리 나를 보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 여성분은 차 문을 열고 나오면서 보기에도 참지 못할 정도의 오만 불손한 태도로
“ 너무 크게 놀라서 그러는데 차를 꽝하고 박아놓고 왜 그냥 있어요?”
하면서 식식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 여성의 옆자리에 타고 있던 남편인 듯 보이는 젊은 남성이 목뒤로 손을 얹고
고통스러운 얼굴을 지으면서 다가와 차를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확인하고 돌아보아도 부딪친 흔적이 나오지 않자 실망의 빛이 역력했습니다.
그들이 식식거리면서 나에게 던진 마지막 말은
“ 오늘 봐 주는 것은 우리가 바빠서이니 그리 아쇼” 였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너무 황당한 일을 당했기 때문에 나도 목소리가 높았지요.
그들이 그대로 돌아가는 은혜(?)를 베푼 시간이 오전 11시였습니다.
현장에서 이들의 불량한 언행을 보고 들은 것은 불과 5분도 안 됐지만
이 일로 종일토록 언짢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 일로 내가 나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훗날 더 후회될 듯 합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지고 살자는 나 자신과의 약속 말입니다.
교만을 포함한 약속이었기에 지켜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져도 모든 것을 다 잃어도 내게 나타나는 것이 교만인 것
같습니다.
나와의 약속은 바로 이 교만 때문에 지켜지기가 힘든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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