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 게르 방문 우리가 다가가니 “무슨 일인가?”하고 가족들이 모두 게르 밖으로 나왔다. 팔순 노모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한 가족이 두채의 게르에 살고 있었다. 가이드가 “그저 게르 안을 한 번 보고 싶어서 온 것”이라고 일행의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가족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방문한 우리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맞아주었다. 일행이 게르의 내부를 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자 말젖을 발효시켜 만든 약한 술인 아이락(마유주, 馬乳酒)와 말린 치즈 같은 유제품을 먹으라고 내주었다. 게르 내부도 마음대로 찍게 했다. 미국 같으면 이렇게 낯선 사람들이 느닷없이 닥칠 경우 긴 장총 같은 것을 꺼내 들고 나와 “꼼짝 마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서부시대에 얼마나 불한당들이 많았으면 그렇게 됐겠는가? 몽골에서는 지나가는 나그네가 게르를 방문하면 따뜻하게 맞이하고 먹고 마실 것을 주는 것이 유목민들의 관습이라고 했다. 허허벌판에서 누구라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으므로 오랜 역사 속에서 그러한 태도가 몸에 밴 듯 했다. 길을 가던 차가 고장이 나 서있으면 지나던 차가 멈춰서서 “도와줄 일이 없는가?”고 묻는다. 그런 것도 우리가 목격한 흐뭇한 광경중 하나였다. 이날 저녁은 해가 완전히 넘어간 후인 밤 10시쯤 길가의 또 다른 식당에서 몽골식 양고기 만두인 보오츠로 대충 해결했다. 접시에 우리나라 중국식당에서 흔히 보는 군만두 보다 조금 큰 보오츠가 4개씩 담겨져 나왔다. 보오츠는 삶은 만두다. 우리가 보통 만두 먹을 때 찍어먹는 간장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다. 접시위의 만두, 그게 전부였다. 흡스굴 호수를 새벽에 떠나 6백킬로미터의 여정 끝에 에르든트시 에르든트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다음날인 9일 새벽 1시였다. 야생화의 천국 수십년전 고등학교 때 산악반에 들어가 자주 산행을 했는데, 당시 유명했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노래 <에델바이스>를 가끔 부른곤 했다. 당시는 등산을 할 때 뱃지로 만들어진 에델바이스꽃을 모자에 붙이고 다니는 것도 유행이었다. 에델바이스는 유럽에서는 ‘알프스의 별’ ‘알프스의 영원한 꽃’으로 불린다. 에델은 고귀한, 바이스는 흰색을 뜻한다고 한다.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는데, 고교 때 설악산(1708미터) 정상 부근에서 에델바이스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일행이 지나간 지역이 대부분 해발 1700-1800미터였으니 설악산 정상 높이만한 고지대다. 야크 똥 주위의 에델바이스도 정겨웠다. 말라서 그렇겠지만 야크 똥에서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참으로 많았다. 어떤것은 우리나라의 쑥부쟁이나 구절초 같은 들국화를 닮았는데 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었다. 어쩌다 마주친 광활한 해바라기 꽃밭도 장관이었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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