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삼성전자를 토끼로 착각하는 것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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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삼성전자를 토끼로 착각하는 것 아닌지...
  • 강희복 경제칼럼 / 시장에서 온 편지
  • 승인 2013.12.0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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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호랑이'에게 '토끼'가 되라고 한다면 성공할까, 바람직 할까?

 

박근혜 정부는 국민 생활의 향상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최근의 한 사례가 통신비의 인하를 위해 ‘단말기 유통법’을 제정하려는 것이다.

사실 국민 생활 속에 통신비 부담은 매우 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덕분으로 통신비는 가계지출 중 약 6%를 차지하였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2인 이상의 도시가구 월 평균 소비지출’ 통계를 살펴보면, 2008년에 136천원에서 2012년에는 153천 원 정도로 통신비 지출이 증가하였다. 이전부터 정부는 통신비 증가를 억제하려고 몇 년째 계속 노력하였고, 그 덕분인지 몰라도 2008년에는 보건비보다 많았던 통신비가 이제는 하회하는 쪽으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2012년에 가장 많이 증가한 가계지출 항목이 통신비였다.

이런 국민의 부담을 가볍게 하려고 정부가 어떻든 노력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단말기 유통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바라본 미래부 실무 책임자의 설명은 이렇게 요약된다. “우리나라 가계 통신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세계 3위 수준이며, 심지어 단말기 교체 주기(16개월)는 세계 1위 수준”이라면서 “과다하고 불투명한 보조금 경쟁을 잡을 수 없다면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가계 통신비’ 인하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주간동아 2013.11.25. “논점 2013-단말기 유통법” 참조)

정부의 눈에는 통신비를 단말기 구입비와 통신회사 통신요금으로 나눌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기술과 소프트웨어의 발달까지 포함하는 복잡한 구조다. 그런데 그간 정부가 통신회사(SKT, KT, LGT)를 규제로 가두어서 통신료의 인상 억제에 성공하였다고 보고, 단말기 제조사(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만 규제로 가두면 통신비가 인하될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여기에 호랑이를 토끼로 착각하는 실패가 숨어있지 않은지?

정부 관료의 머릿속에는 규제정책을 만들고 법으로 강제하면 시장의 공급자, 유통자, 소비자가 모두 따른다는 굳은 믿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과 법률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훨씬 사태를 악화시킨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았던가? 통신시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대학입시 정책만해도 얼마나 자주 바뀌어야 했고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가? 오죽하면 출산율이 떨어지는 사태로까지 번져가고 있다고 아우성이겠는가!

통신시장이건 어떤 시장이건 본질적으로 경쟁만이 모두를 이롭게 한다. 경쟁이 없고 독과점인 시장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규제해도 이들을 가둘 수 없다. 오히려 규제하는 정부 담당자가 기업의 포위망에 걸려서 포로(Stigler 교수가 말하는 ‘regulatory capture’)로 전락하기 일쑤다. 정부와 기업의 엄정한 차이이다. 정부가 최고가격을 지정하여 규제하면 기업은 이를 최저가격으로 변질시킨다. 품질을 낮추어서 가격의 인상을 꾀하든지 수량을 줄여서 암시장을 만드는 식이다.

통신 산업의 혁명이라고 불릴 1980년대 초에 기계식 교환기를 전자식으로 바꾼 정책, 90년대의 PCS 도입 정책 등으로 전자식 통신시대가 열리고 집집마다 유무선 전화기가 싼 가격으로 보급된 이후 역대 정부가 쏟아낸 통신정책이나 통신비 인하 노력은 다 되짚어 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여러 정책이 난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통신시장의 공급자가 독과점을 잃기보다 오히려 강화하였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더 강력해졌다.

정부가 규제하고자 하는 단말기 시장의 공급자는 거의 1사 독점이다. 국내적으로는 말할 것 없고 국제적으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강력한 호랑이를 정부가 어찌 규제의 울타리에 가둘 수 있는가? 가두는 정부가 먹히지 않을까? 토끼라면 얌전히 갇혀있겠지만 호랑이는 가두는 사람을 물거나 아니면 몸부림치다 죽을 것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몸부림치다 죽는 날에는 정부와 국민이 통곡(?)할 텐데 규제하는 기관이 무슨 수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법 제정으로 관료의 권한만 키우고 국민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의 일화인데, 권력을 탐하는 간신이 ‘사슴을 말이라고 우긴 것’에서 유래한다. 그는 신하와 국민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목숨을 위협했다. 결국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고 그 나라는 끔찍하게 망했다. 그런데 이런 말이 되지 않는 억지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끔 관찰하거나 들으면 매우 불편하다. 혹시 통신시장에서 정부가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이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필자: 시장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 조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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