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헌법의 개헌 이슈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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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 헌법의 개헌 이슈와 과제
  •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
  • 승인 2020.07.0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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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

■ 역대 대통령들의 개헌 제안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내용으로 하는 9차 개헌 이후 어느덧 33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도 더 변해 흘러온 시간은 헌법을 개정해 변화된 시대상을 담자는 논의를 꾸준히 불러왔다. 특히, 이러한 개헌 논의는 대통령 또는 대통령 후보가 제안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17년초 ‘4년 연임제’를 내용으로 하는 ‘원포인트’ 개헌안을 제기했다. 제안 배경은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국가대계의 정책들을 일관되게 추진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야당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도 임기 중에 개헌 필요성은 언급했지만 구체화시키진 못했다. 국민이 들어 올린 촛불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새로운 시대정신을 담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초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렇듯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중에 개헌을 제안하는 이유를 추측해보면 5년 단임제인 현재의 권력구조가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집중시키고, 대한민국의 미래 30년을 준비하기엔 걸맞지 않은 옷이라는 ‘현직’ 경험 때문은 아닌가 싶다.

한편, 이번 4·15 총선에서 여당의 180석 압승과 코로나19 정국은 또다시 헌법 개정을 위한 강력한 정치사회적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정국은 4차 산업과 비대면 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을 가져올 것이고, 그로 인한 고용과 노동형태의 변화는 인간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새롭게 규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헌법에 있는 기본정신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21대 초선의원 설문조사…83% 개헌 필요성 공감

이와 관련해 최근 아시아경제가 21대 국회 초선의원(1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헌 관련 설문조사 결과(92명 응답)는 흥미롭다. 먼저 21대 임기 중 개헌 필요성과 추진 가능성에 대해 ‘필요하며 추진될 것’이란 응답이 43.5%, ‘필요하지만 추진되지 못할 것’ 39.1%, '필요 없고 추진도 어려울 것' 10.9%, '필요 없지만 추진될 것'이란 응답은 6.5%로 나타났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초선의원 82.6%가 공감하지만, 실제 추진 전망(추진 50.0% vs 추진 어려울 것 50.0%)에 대해선 팽팽하게 엇갈리는 시각 차를 드러냈다. 개헌을 하게 될 경우 그 시기에 대해서는 '대선 이후'가 46.7%, '올해 이후 대선 전'이 43.5%로 엇비슷한 응답을 보였다.

개헌의 내용이랄 수 있는 권력 구조 개편 방향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57.6%로 가장 높게 응답됐고 '분권형 대통령제' 32.6%, '의원내각제' 6.5% 순으로 조사되어 단임제보다는 중임제로의 개헌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발족됐던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개헌과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 4년 중임제 개헌시 안정적인 선거패턴 구축

그럼 21대 국회에서 다뤄질만한 개헌 의제는 무엇이 있을까?

지난 5월 임시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개헌 발의 주체를 대통령과 국회 재적 과반의의결을 포함해 유권자 100만 명 이상도 그 주체가 될수 있도록 하자는 ‘국민발안제’를 제안했고,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대표발의를 했지만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용선 의원도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개헌 공론화에 대해 운을 띄웠다. 양향자 의원 역시 '뉴노멀'(NewNormal·새로운 표준)에 대비하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실적인 개헌 의제로는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지방선거 일정을 맞추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선거 일정을 조정하는 개헌에 대해서는 2018년에도 ‘6월 지방선거 동시개헌’으로 이슈화됐지만 여야 간 입장 차이로 무산된바 있다.

하지만 향후 10년간 정치 일정을 볼 때 2022년 3월에 있을 대선과 6월 지방선거 일정을 맞추면서 4년 중임제로 갈 수 있다면 2년마다 공직자 선출과 그 평가가 이뤄지는 안정적인 패턴을 구축할 수 있어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포스트 코로나와 지방분권형 개헌

그동안의 개헌 의제는 대체로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됐지만 꾸준히 논의되어 온 주제로 지방분권 의제가 있다. 2017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자치의 날축사에서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해 수도권과 중앙정부로 초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로 담대하게 이양하기 위한 헌법적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며 지방분권 중심의 개헌 의제를 제기한 바 있다.

대한민국 헌법 8장을 보면 제117조와 제118조 2개 조항에 걸쳐 지방자치가 명시되어 있는데 지방분권형 개헌은 지방의 고유권한인 지방자치권과 지방재정 자립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헌을 말한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 키워드로 지방화와 분권화가 대두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팬데믹화된 감염병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업 정도가 확진자 확산을 막는 바로미터가 됐다는 사실이다. K-방역 역시 지방정부의 적극적이고 긴밀한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포스트 코로나에서도 지방정부의 역할은 더 강화될 것이다.

두 번째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중앙으로 집중화된 삶에 대해 사람들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과 업무 등에서 비대면 사회로의 이행은 사는 곳, 삶의 형태 등에 대해 이전과는다른 방식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지 5개월여가 지나고 있다. 그 끝이 언제일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올해 말까지 우리는 감염병과 싸워야만 한다.

홍콩 딥 날리지 그룹(Deep Knowledge Group)은 6월 3일 코로나19 지역별 안정성평가 보고서를 냈다. 전세계 200개 국가·지역을 대상으로 검역 효율성, 정부 효율성, 검역과 추적 시스템, 보건 체제, 지역적 탄력성, 비상사태 대비능력 등을 비교 평가했다.

총 130여개의 지표가 사용됐으며 각 데이터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협력기구(OECD) 등이 집계한 공식 수치를 집계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점 712점을 얻어 스위스, 독일, 이스라엘, 일본, 오스트리아, 중국, 뉴질랜드와 함께 가장 안전한 나라 20개에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안전국가에 드는 모범적인 방역활동을 펼쳐왔다. 더구나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등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국가의제 설정에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나가는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 천명은 위기에 강한 한국인 특유의 단결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손에 잡히는 변화의 방향은 부족하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운영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정부부처의 활동영역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고 부처 간 ‘협업’ 중심체계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부 소관부처의 협업모델 역시 K-방역이 핵심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에 걸맞은 옷을 입을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중에 하나가 헌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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