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민의 크루즈 이야기 –코로나 사태 중 만난 한국인 승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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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민의 크루즈 이야기 –코로나 사태 중 만난 한국인 승객(1)
  • 임수민(영국 큐나드 선사 크루즈 ‘’퀸 엘리자베스‘호 승무원)
  • 승인 2020.04.2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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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퀸 엘리자베스호
크루즈 퀸 엘리자베스호

코로나 사태로 빚어진 한국인 승선 제한 

지난 3월, 호주 시드니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드니는 크루즈 항로 중 가장 중요한 항구로서 적게는 약 1300명에서 많게는 약2000명까지 체크인이 이뤄지는 항구다.

당시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었으며, 곧 확진자 5000명을 바라보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여러 선사에서 공식적으로 한국을 승선 거부국가에 추가한 상태였고, 우리 선사 또한 그러했다. 승선 거부승객을 위해 별도로 카운터를 만들었고, 이 일을 위해 일부러 영국 본사 사우스햄턴에서 매니저가 날아 와 선내 매니저와 함께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 별도 체크인 카운터에 한국인이 온 것이다. 한국 국적 소지의 승객이 6명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호주 거주자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중 2명은 교민이 아니라 크루즈 승선을 위해 한국에서 호주까지 온 부부였다.

임수민(영국 큐나드 선사 크루즈 ‘’퀸 엘리자베스‘호 승무원)
임수민(영국 큐나드 선사 크루즈 ‘’퀸 엘리자베스‘호 승무원)

나는 당시 선내에서 동료들과 함께 정신없이 체크인 승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매니저가 한국인 승객 응대를 위해 유일한 한국인인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지금 당장 터미널로 와 달라는 것이다. 터미널에 있는 별도의 카운터에 도착하자 60대로 보이는 부부가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분들에게 승선을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그에 따르는 조건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분들은 ‘체온검사도 했고 굉장히 건강하고 바이러스가 없으니 승선해도 문제없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다.

당시 뉴스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코로나 바이러스는 잠복기간이 길어 더 위험하다고 보도하는 상황이었다. 더불어 전 세계가 주목한 일본에 정박 중이던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의 대량 확진자 발생 사태 때문에 크루즈는 세상천지에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곳이라는 취급을 당할 때이다.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가는 위험하고 참담한 사태이기에, 여러 국가에서 한국인 입출국을 강화 또는 제한하고 있었다.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선사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한국인 승선제한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분들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머리 숙여 사과하며 응대하였다.

이 정도에서 마무리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 부부가 일행이었는데 시드니에 거주하는 분들은 50대와 70대 부부였고, 한국에서 온 부부는 60대였다. 승선 제한은 한국에서 온 부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지만, 시드니에 사는 두 부부도 한국에서 온 분들이 승선하지 못하면 모두 배를 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6명 모두를 한 공간에 모아,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분들에게 주어질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1) 크루즈 예약 전액 환불, (2) 왕복 비행기 비용 전액 부담, (3) 마일리지로 좌석 업그레이드한 비용 전액부담, (4) 자택에서 항구까지의 택시비용 전액부담, (5) 추후 큐나드를 이용할 시 이번 예약을 위해 지불한 비용의 5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선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크레딧 제공 등. 이는 6명 모두에게 주어지는 조건이었다. 여기에다 한국에서 온 부부에 한해서는 비행기 탑승 전에 쉴 데가 필요할 경우 선사 전액부담으로 시드니타운에 있는 5성급호텔을 최대 3박 4일(식사 포함)까지 제공해줄 수 있다는 회사의 입장을 전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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