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두 번 죽다 (12), 감옥 밖은 환상적 이야기 속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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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두 번 죽다 (12), 감옥 밖은 환상적 이야기 속의 세계
  • 이정식 작가
  • 승인 2020.04.08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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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스크의 도스토옙스키 동상
옴스크의 도스토옙스키 동상

수용소에 대한 소개로 시작되는 '죽음의 집의 기록'

박물관에서 나와 인근에 있다는 도스토옙스키 동상을 찾았다. 박물관 바로 옆은 아니었다. 인근에 있는 공원을 가로 질러 큰 길로 나오니 길 건너편에 커다란 동상이 보였다. 동상은 대리석 기단 위에 세워진 걷고 있는 모습인데 기단 앞에 도스토옙스키‘라고 쓴 동판이 붙어 있다. 그동안 보아 온 도스토옙스키 동상 가운데 가장 컸다.

이 동상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또 다른 동상이 있다는 옴스크 드라마 극장으로 택시를 타고 찾아갔다. 드라마 극장은 에메랄드 색의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동상은 드라마 극장 옆에 있는 조그만 공원 한가운데 있었다. 여기에 있는 도스토옙스키 동상은 다른 일반 동상들과 달리 철물을 이용해 다소 추상적 형태로 만들어진 하나의 상징적 조형물로 보였다. 미리 알고 자세히 보지 않는 한 도스토옙스키의 동상으로 인식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곳에 동상이 있는 이유는 앞에서 말한대로 이곳이 요새가 있던 곳이며, 도스토옙스키가 살았던 유형수 수용소가 요새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타고 간 택시를 대절했는데, 한시간에 350루블(한화 약 7천원)을 달라고 했다.

도스토옙스키가 4년간의 유형생활을 마치고 쓴 『죽음의 집의 기록』은 이렇게 수용소에 대한 소개로 시작된다.

“우리들의 감방은 요새 끝, 장벽 바로 옆에 있었다. 담장 틈새로 혹시 무엇인가 보이지 않을까 해서 신이 창조한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여기서는 단지 하늘의 가장자리와 굵은 잡초가 자라고 있는 높다란 토성(土城)과 밤낮 그 위를 오가는 보초들만 볼 수 있을 것이다. (···) 울타리의 다른 한쪽은 늘상 잠긴 채, 보초들이 밤이고 낮이고 지키고 서 있는 견고한 출입문이 달려 있다. 이 문은 일터로 나가기 위해, 요구에 의해서만 열리곤 했다. 이 출입문 너머에는 여느 누구와 다름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광명과 자유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울타리의 안쪽에서는 그곳을 마치 환상적인 이야기 속의 세계처럼 상상했다.”

이같은 요새 안 감옥에 대한 묘사는 수년 후에 쓴 『죄와 벌』에 다음과 같이 다시 나온다.

“시베리아! 광막하고 황량한 큰 강 기슭에 러시아 행정 중심지의 하나인 도시가 펼쳐져있다. 여기에는 요새가 있고 그 안에 감옥이 있어, 우리의 라스콜리니코프는 제2급 유형수로서 이미 만 9개월 동안 이곳에 유폐되어 있었다. 범행을 저지른 날로부터 벌써 1년 반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여기서 말하는 요새가 있는 도시가 바로 옴스크다. 동상을 사진에 담은 후 토볼스크 문이 있다는 이르티시 강변으로 향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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