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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가 된 소설가 - 도스토옙스키 (5), 처형장에 선 도스토옙스키: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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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가 된 소설가 - 도스토옙스키 (5), 처형장에 선 도스토옙스키

이정식 작가 | 기사입력 2020/03/26 [19:09]

사형수가 된 소설가 - 도스토옙스키 (5), 처형장에 선 도스토옙스키

이정식 작가 | 입력 : 2020/03/26 [19:09]
도스토옙스키가 처형될 뻔했던 사형장 장면(그림)
도스토옙스키가 처형될 뻔했던 사형장 장면(그림)

처형장의 사형수 도스토옙스키

도스토옙스키가 처형 직전 감형되어 목숨을 건지는 극적인 장면에 대해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1892-1982)는 《도스토옙스키 평전》(1931)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군법회의에서 내린 사형 판결은 바뀌었다. 그러나 사형을 집행하는 듯한 쇼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젊은이들에게 두려운 인생의 교훈을 준다는, 잔인하면서도 소박한 바람에서 나온 것이지 단순히 넓은 자비심을 보이려는 황제의 허영심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었다. 사형 중지 결정을 알지 못했던 죄수들은 마차로 처형장까지 갔다. 사형 선고문이 읽히고 사제는 십자가를 들고 마지막 참회를 말하라고 했다. 죄수들은 순서대로 줄을 섰고 앞의 세 사람은 실제로 기둥에 묶여 사격대를 향했다. 이때 황제의 감형장을 가진 전령이 들어서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진짜 선고문이 처음으로 읽히고 죄수들은 감옥으로 되돌려 보내졌다.” (《도스토옙스키 평전》 66쪽, E. H. 카 지음, 김병익·권영빈 번역, 2011년, 열린책들)

극적인 대목임에도 묘사가 평범해서 흥미진진한 맛이 없다. 도스토옙스키도 그의 글을 통해 당시 사건 관련 부분을 몇 차례 서술하기는 했는데 일관성과 명료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E. H. 카의 지적이다. 도스토옙스키는 후일 형 미하일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썼다.

“(1849년) 12월 22일, 이날 우리는 모두 세묘노프스키 연병장으로 끌려갔습니다. 거기서 십자가에 입을 맞추고 사형 수의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런 다음 일행 중 3명이 처형장으로 끌려가 기둥에 묶였습니다. 저는 앞에서 여섯 번째였고, 3명씩 끌려갔으므로, 저는 두 번째 그룹에 속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이지 1분의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때 옆에서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기둥에 묶여 있던 사람들이 풀려나고, 감형을 알리는 황제 폐하의 칙령이 낭독된 것입니다.”

이 극적인 사건은 도스토옙스키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감형된 사람 중 두 사람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으로 감형 이후에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생을 마쳤다고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간질병도 이때의 충격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가 있고, 앞서 농노에게 피살된 아버지의 사망 이후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선고를 받은 후의 끔찍했던 충격을 후일에 쓴 소설『백치』(1868)에서 주인공 미쉬낀 공작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번역에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그대로 옮긴다.

“(···) 선고문을 낭독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살인강도 자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가혹한 짓이오. 밤중에 숲속에서 강도의 칼에 맞아 살해당할 위기에 있는 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러한 희망을 가지는 예가 허다하지 않나요? 그런데 열 배나 편히 죽을 수 있다는 이 마지막 희망을 <분명히> 빼앗아 가버린다는 얘기입니다. 바로 사형 선고가 그렇게 한다는 뜻이지요.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이 분명히 없을 거라는 사실 속에 처참한 고통이 있는 겁니다. 이보다 더 심한 고통은 이 세상에 없어요. 전쟁터에 있는 병사를 끌고 와서 바로 대포 앞에다 세워 두고 그에게 대포를 쏘아 보려고 해보세요. 그래도 병사는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 병사에게 사형 선고문을 <분명하게> 낭독해 보세요. 그 병사는 미쳐서 울부짖기 시작할 겁니다. 인간이 미치지 않고서도 그러한 고통을 참아 낼 수 있는 눙력이 있다고 누가 말했지요? 무얼 하려고 그처럼 추악하고 불필요한 욕설을 내 뱉었지요? 어쩌면 사형선고를 받고 고통을 당한 뒤 <가라, 너를 용서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 풀려 나온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바로 그러한 사람은 상세히 얘기해 줄 수 있을 겁니다. (『백치』, 김근식 번역, 열린책들, 2016)

도스토옙스키는 이처럼 사형을 피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도 할 수 없는 사실 속에 처참한 고통이 있었다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 속에 털어놓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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