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의 작가노트] 도스토옙스키의 자유(4) -빵으로 복종을 산다면 그게 무슨 자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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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의 작가노트] 도스토옙스키의 자유(4) -빵으로 복종을 산다면 그게 무슨 자유인가
  • 이정식 작가
  • 승인 2020.03.24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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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한 장면, 왼쪽이 남자주연인 장님 드미트리(율 부린너), 오른족이 그의 연인 그루센카(마리아 쉩)
영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한 장면, 왼쪽이 주인공인 장남 드미트리(율 부린너), 오른쪽이 여주인공인 그의 연인 그루센카(마리아 쉩)

대심문관의 이야기 중에는 그리스도가 돌을 빵으로 변화시키지 않은 것(마태복음 4장 1~11절)과 관련해, “당신은 인간들로부터 자유를 빼앗고 싶지 않았기에, 빵으로 복종을 산다면 그게 무슨 자유인가라고 판단하여 그 제안(돌을 빵으로 변화시켜보라는 악마의 요구)을 거부했었소”라며 “그 지상의 빵의 이름으로 지상의 악마는 당신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나 당신과 투쟁하여 결국 당신을 누르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허약하고 비열한 존재이며 천상의 빵을 기대하는 사람보다 지상의 빵에 갈급한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그리스도는 싸움에서 패할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는 또 이런 이야기도 한다.

우리들은 우리의 허락을 받는 한 어떤 죄도 용서될 수 있다고 말하겠소. 우리들이 그들의 죄를 용납하는 것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며 그들의 죄에 대한 벌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떠맡게 될 것이라고 말하겠소.”

여기에 나오는 대심문관은 안티 그리스도이자 무신론자 그 자체다. 그의 정체는 바로 이 이야기를 지어낸 무신론자 이반이 아닌가.

이반의 그같은 이야기는 19세기 당시 러시아에서 유행하던 신성모독과 무신론적 사상을 도스토옙스키가 종합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반의 이야기를 다 들은 알료샤는 이렇게 말한다.

형의 서사시는 예수님에 대한 찬사이지, 형이 원한 것처럼······ 비난은 아니거든요.”

알료샤는 이어 이렇게 반박한다.

형이 말하는 심문관 같은 그런 환상적인 인물은 절대 존재할 수 없어요. 자신이 떠맡았다는 사람들의 죄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어떤 저주를 떠 맡았다는,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란 누굽니까?

(···)

그것은 단순히 권력, 지상의 추악한 행복, 노예제에 대한 희망만 있을 따름이며······ 그들이 지주가 되는 미래의 농노제와도 같은 것이에요······ 그게 그들의 전부지요. 어쩌면 그들은 신을 믿지 않을지도 몰라요. 수난을 겪는다는 형의 그 심문관은 하나의 환상일 뿐이고요······.“

앞의 대심문관 이야기 중에도 의문은 있다. 그리스도가 인간을 기적의 노예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악마의 요구대로 돌을 빵으로 만들지 않았고, (그리스도가 처형된)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고 대심문관이 분석한 것은 수긍이 가는데 화형식 다음날 세비야에 나타난 그리스도가 장님의 눈을 뜨게 하고 죽은 소녀를 살린 것은 기적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단지 치유의 은사라고 해야 할건가.

무신론자인 둘째 이반이 말하고 수도사인 셋째 알료샤가 반박하는 형식의 이 대심문관편에 대해 도스토옙스키 연구가 모츨스키는 이렇게 분석한다.

무신론자이며 사회적 유토피아의 창조자인 이반은 작가가 벨린스키와의 우정을 나누고 무신론적 사회주의에 빠져 있던 시기를 반영한다. 알료샤는 시베리아 유형을 마친 후 신념의 갱생이 일어나고 러시아 민중과 러시아의 그리스도를 발견했을 때의 작가를 상징한다.

우리 앞에 펼쳐진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은 작가의 정신적 전기이자 그의 예술적 고백이다.“ (도스토예프시키2, 콘스탄틴 모츨스키, 김현택 옮김, 책세상, 2000)

대심문관편은 그리스도에 대한 온갖 무신론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도스토옙스키에 의해) 오히려 기독교적 진리를 설파하는 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대심문관편은 이 소설이 불후의 명작이 되게 한 중요한 대목의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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