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의 작가노트] 도스토옙스키의 자유(1) - 그의 가슴을 뛰게 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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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의 작가노트] 도스토옙스키의 자유(1) - 그의 가슴을 뛰게 한 자유
  • 이정식 작가
  • 승인 2020.03.19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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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레닌국립도서관 앞의 도스토옙스키 동상
모스크바 레닌국립도서관 앞의 도스토옙스키 동상

정치범으로 체포돼 28세 때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감옥과 시베리아의 유형소, 그리고 형기를 마친 후의 강제 군복무 등 10년 이상 자유를 억압당했던 도스토옙스키에게 ‘자유’야 말로 그 시절 그의 삶의 절대적 목적이었다.

그는 수용소에서의 노역이 힘든 것은 일 자체의 어려움보다는 그것이 강제적인 것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도스토옙스키는 다른 사람의 수기 형식으로 썼지만, 실은 자신의 시베리아 유형소 시절의 이야기인 『죽음의 집의 기록』(1862)의 말미에 자유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공상과 오랜 얽매임의 결과 때문에 감옥에 있는 우리들에게 자유는 현실의 자유, 즉 실제로 현실에서 누리는 자유보다도 왠지 더 자유롭게 느껴졌다. 죄수들은 현실적인 자유의 개념을 과장하였지만, 이것은 모든 죄수들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본질적인 것이었다. 어떤 다 헐어빠진 옷을 입은 병사라도 죄수들에 비하면 우리에게는 거의 왕처럼 자유로운 인간처럼 보이게 마련이었다. 그것은 바로 그가 머리도 깎이지 않고 족쇄도 감시병도 없이 다니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집의 기록, 이덕형 옮김, 열린책들, 2010)

도스토옙스키는 같은 책에서 4년간의 유형생활을 마치고 출옥을 기다리던 때의 심정을 이렇게 썼다.

“나는 겨울에 감옥으로 들어갔으므로, 겨울에 들어온 것과 같은 달, 같은 날에 자유롭게 될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초조하게 겨울을 기다렸으며, 여름이 끝나고 나무에서 잎들이 시들어 가고, 초원에서 풀들이 없어지는 것을 얼마나 황홀하게 바라보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오래도록 기다리던 그 겨울이 온 것이다! 이따금 나의 가슴은 자유에 대한 커다란 예감 때문에 깊고 강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신체적 자유를 갈망하던 시절이 지나간 후 그가 말하는 자유는 정신적인 것으로 변화해 간다.

도스토엡스키가 말년에 쓴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1880)에서 그는 조시마 장로의 설교를 통해 자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자유를 선언하였고(*1861년 러시아에서 있었던 농노해방을 일컫는 듯), 현대에 들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만, 그들의 자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그것은 예속과 자살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욕구가 있으면 충족시키시오. 당신들도 귀인들이나 부자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소? 욕구 충족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더욱 증대시키시오>라고 말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이 세상의 교리이며, 세인들은 그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욕구 확대라는 권리는 어떤 결과를 낳았습니까? 부자에게는 <고독>과 정신적 자살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질투와 살인을 낳았을 뿐입니다. 왜냐면 권리를 주었으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미처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자유를 욕구의 증대와 신속한 충족으로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본성을 왜곡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수많은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욕망과 관습과 비합리적인 망상을 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육욕과 자만, 서로에 대한 질투만을 위해 살고 있는 것입니다. 호의호식, 나들이, 사륜마차, 관직, 노예나 다름없는 하인들을 소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얻기 위해서 사람들은 심지어 생명, 명예 그리고 인간애조차 희생시키고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살하기도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똑같은 현상을 목격하게 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욕구 불만과 질투를 술로 억누르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 후 그들은 술 대신 피를 마시게 되면, 그것을 향해 이끌려 가게 됩니다. 그 같은 인간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나는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이 소설은 140년도 더 전에 쓰여진 것이지만, 위에서 말한 호의호식, 나들이, 사륜마차, 관직 등을 오늘날의 화려한 외식, 해외여행, 고급승용차, 아랫 사람을 많이 거느리는 높은 자리 등으로 바꿔 놓으면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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