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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알타이 기행 ② 말에서 떨어지다: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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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알타이 기행 ② 말에서 떨어지다

이정식 대기자 | 기사입력 2020/03/12 [23:32]

몽골 알타이 기행 ② 말에서 떨어지다

이정식 대기자 | 입력 : 2020/03/12 [23:32]
낙타 뒤로 포타닌 빙하가 보인다. 낙타는 일행의 짐을 싣고 올라온 낙타다. [이정식 대기자]
낙타 뒤로 포타닌 빙하가 보인다. 낙타는 일행의 짐을 싣고 올라온 낙타다. [이정식 대기자]

말을 타고 포타닌 빙하로 

알타이에서의 첫 일정은 포타닌 빙하까지 다녀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타닌 빙하 지역 방문은 사실상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포타닌 빙하지역은 우리가 잠을 잔 차강골(차강은 ‘희다’, 골은 ‘강’이라는 뜻)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있다. 걸어서는 하루에 다녀오기 어려운 거리여서 말을 타고 가야한다.

산길에 말을 왕복 6시간 타야했기 때문에 일행 중 몇 사람은 처음부터 포기의사를 밝히고 근처의 다른 풍경 촬영에 나섰다.

빙하까지 가는 사람들에게는 한사람에 몽골인 마부가 한사람씩 붙었다. 말을 탄 마부가 앞에서 뒷말을 끌고 가는 형태다. 이곳 사람들은 카자흐족이다.

나는 몽골에서 말을 몇 차례 타보았고, 평지에서는 달려보기도 했지만, 오르막이 이어지는 산길에서 몇 시간씩 타기는 처음이었다. 중간중간 쉬기는 했지만, 그렇게 계속 말을 타고 산길을 오른다는게 쉽지 않았다. 안장도 편치 않았다. 오래 덜컹거리니 엉덩이와 허벅지가 아팠다.

산에 나무는 없지만 시야가 탁 트여 멀리 설산을 계속 보면서 가는 맛은 있었다. 가는 도중 산중 초원의 양떼도 보았고, 주변의 야생화도 즐겼다.

말을 타고 포타닌 빙하를 향해 가고 있는 일행들 [이정식 대기자]
말을 타고 포타닌 빙하를 향해 가고 있는 일행들 [이정식 대기자]

말에서 떨어져 뒹굴다

내가 탄 말은 10여세 되는 여자아이가 마부였다. 자기 집의 말을 끌고 나온 것이다. 영어도 조금 했다. 자기의 꿈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두 시간 반쯤 올라갔을 때였다.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던 나의 말이 갑자기 왼쪽으로 쓰러졌다. 나도 동시에 옆으로 떨어져 굴렀다. 그 때 ‘딱’하고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목에 메고 가던 DSLR 카메라가 내가 나동그라지면서 바닥에 부딪친 것이다.

순간 카메라가 결딴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도 어디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서서히 몸을 일으켜보니 다친데는 없는 것 같았다. (당장에는 못느꼈지만, 이날 저녁부터 왼쪽 가슴과 왼쪽 팔꿈치 부분에 며칠간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카메라는 줄을 목에 걸고 있었으므로 떨어져 나가지는 않았는데, 렌즈 앞의 후드(hood)가 박살이 나 있었다. “딱” 소리는 후두가 땅바닥을 치면서 난 소리였다. 몸체는 멀쩡한 듯 했는데, 카메라 전원을 켜고 셔터를 눌러보니 작동을 하지 않았다. 충격으로 고장이 난 것 같았다.

중요한 빙하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메인 카메라가 고장이 나다니...

나는 평소에 메인 카메라와 함께 작은 컴팩트 보조 카메라를 늘 갖고 다녔고, 스마트폰 카메라도 있으므로 일단 사진을 찍을 수는 있으되 화질이 문제 아닌가.

말은 그사이에 마부소녀에 의해 다시 일어나 있었다. 다시 말에 올라 목적지를 향해 갔다. 일행은 앞뒤로 멀리 떨어져 있었으므로 내가 말과 함께 쓰러져 나동그라진 광경을 본 사람은 없었다.

만약에 말이 쓰러진 곳이 돌밭이나 절벽 같은 곳이었으면 어찌 됐을까?

나는 말을 몇 번 타봤고, 말과 관련한 많은 영상들도 보아왔지만, 사람을 태우고 가던 말이 갑자기 옆으로 쓰러지는 것은 본 적이 없었으므로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은 왜 갑자기 쓰러졌을까?

목적지인 포타닌 빙하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가이드를 통해 “말이 왜 갑자기 쓰러졌는지?”물어보았다.

처음에는 말이 체중에 꽤 나가는 나를 오래 싣고 가느라고 힘이 들어 지쳐 쓰러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가이드의 설명은, 말이 등이 갑자기 간지럽거나 하면 땅바닥에 등을 긁기 위해 그렇게 옆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해가 잘 가지 않았으나 그 이상의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장장 14km에 달한다는 포타닌 빙하는 광대했다. 컴팩트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광경을 찍으면서도 메인 DSLR카메라가 망가져 이 오기 어려운 곳에서 사용할 수 없는데 대해 아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뿐 아니라 이번 여행 내내 쓸 수 없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촬영을 하다가 점심 식사를 하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 식사장소로 가서 가져온 비상식량에 끓인 물을 부어 점심을 먹은 후 고장 난 카메라를 꺼내 다시 전원을 켜봤으나 역시 작동되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가져간 예비 배터리로 교체를 해봤다.

그랬더니 다시 작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먼저 배터리도 거의 풀충전이 된 것이었으로 배터리가 이유일 수는 없는데, 아마도 땅바닥에 부딪힐 때의 충격으로 일시적인 작동정지 상태가 됐던 것으로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은 작동을 하니 다행이었다. 그후로 귀국할 때까지 후드가 깨져 없어진 그 카메라는 별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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