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도박벽을 고친 도스토엡스키의 아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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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도박벽을 고친 도스토엡스키의 아내 (1)
  • 이정식 작가
  • 승인 2019.12.29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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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소설 '도박꾼'의 무대인 독일 비스바덴의 쿠어하우스 야경(쿠어하우스 홈페이지)
도스토옙스키 소설 '도박꾼'의 무대인 독일 비스바덴의 쿠어하우스 야경(쿠어하우스 홈페이지)

도박의 추억 

도스토옙스키의 두 번째 아내 안나는 결혼하기 전부터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도스토옙스키가 결혼전 속기사였던 안나에게 『도박꾼』을 구술하면서 이 소설 속의 도박 이야기는 자기가 경험한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도박꾼』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이 소설의 끝 장면이다.

“난 그때 몽땅 잃고 말았다. 몽땅 다······. 역에서 나와 뒤져 보니 내 조끼 주머니 속에는 1굴덴(*옛 네덜란드의 화폐 단위)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러면 결국 이 돈으로는 밥을 먹어야 하겠구먼! >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1백 걸음쯤 지나왔을 때 나는 생각을 고쳐먹고 되돌아갔다. 그 1굴덴을 망크(그때는 망크가 잘 나오고 있었다)에 걸었다. 그런데 무언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홀로 타향에 와서 친척들과 친구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오늘은 뭘 좀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잘 모르는 판에 마지막 남은, 정말로 마지막 남은 굴덴을 걸 때 드는 그런 느낌 말이다. 나는 돈을 땄다. 그리고 20분 후에 역에서 나왔다. 내 호주머니에는 1백 70굴덴이 있었다. 이것은 사실이다! 만일 그때 내가 낙심한 채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노름꾼』, 이재필 옮김, 열린책들, 2014, *열린책들에서는 제목을 ‘노름꾼’으로 붙였다.)

여기에서 ‘역에서 나왔다’는 것은 도박장이 역 안에 있었다는 얘기다. 굶기를 각오한 최후의 베팅, 그리고 성공의 추억으로 이 소설은 끝난다. 최후의 동전 한닢 마저 던져버리는 것이 진정한 도박꿈이란 얘기를 그는 하고 싶은 것이다.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때 쓴 소설이다.

고개든 도박벽

도스토옙스키는 25살이나 연하인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와 결혼한지 두 달만인 1867년 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유럽 여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유럽에 오자 그의 도박벽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안나는 그가 도박하는 것을 책망하지 않았다. 게다가 안나는 도스토옙스키가 침울한 상태에 빠질 때면 운을 시험하러 룰렛 도박장에 다녀오라고 하기도 했다.

물론 안나가 처음부터 도스토옙스키에게 도박장에 다녀오라고 한 것은 아니다. 유럽에 온 몇 주 후 도스토옙스키는 안나에게 “만일 드레스덴에 혼자 있다면 지체없이 룰렛을 하러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으로부터 두 번이나 더 그런 이야기를 들은 후 안나는 “며칠이라도 (도박장이 있는) 함부르크에 다녀오라”고 말했다.

신이 난 도스토옙스키는 안나를 드레스덴에 둔 채 함부르크로 달려 갔다. 그러나 2,3일 뒤 남편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돈을 다 잃었으니 돈을 조금 부쳐달라는 내용이었다. 안나는 돈을 부쳤다. 그러나 그 돈을 다 잃고 다시 돈을 보내달라고 했다. 도스토옙스키는 결국 모든 돈을 다 잃고 8일 뒤 드레스덴으로 돌아왔다. 안나는 회고록에서 “내가 그를 책망하거나 잃은 돈을 아까워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실망하지 말라고 위로하자 그는 죽도록 기뻐했다”고 썼다.

안나는 갖고 있는 돈이 없으면, 귀걸이 등 패물 등을 저당 잡혀 돈을 주었다. 가끔 돈을 지갑 가득 따올 때도 있었지만, 곧 바로 다시 그 돈을 가지고 나가 몽땅  잃고 돌아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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