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반란 / 고옥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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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반란 / 고옥주 시
  • 세종경제신문
  • 승인 2019.11.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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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반란

                                      고옥주 

 

나무는 제가 누구인지 어떻게 기억하나

나무의 기억은 어디에 머무나

찬란한 시절 고운 빛 다 떠나보내고

허공에 홀로 서서

죽음의 찬 겨울을 견디고 다시 솟아날 때

왜 벚나무는 모과잎을

살구나무는 은행잎을 달지 않는가

어떤 기도 혹은 절규가

말라붙은 검은 껍질을 뚫고 밀려나와

벚꽃 눈과 잎이 되는가

그많은 변신과 반란의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벚나무의 생을 택하는 건

뿌리 깊은 사랑 혹은 슬픈 관습?

 

벚나무 수액이 벚꽃 모양으로 밀려나와 굳는다

벚꽃이 바람에 떨어진다

기억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기억보다 더 큰 힘이 나무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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