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를 건너 한반도로 향하다
상태바
만주를 건너 한반도로 향하다
  • 박정곤 전 러시아 고리키문학대학 교수
  • 승인 2019.10.20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1 만세운동 100주년 기념, 유라시아 한민족 오토랠리 2019 동행기(4)
만저우리와 러시아 국경에 세워진 문
만저우리와 러시아 국경에 세워진 문

중국의 러시아 국경도시 만저우리

몽골 남부 자민우드에서 중국 내몽고의 얼렌하오터 시로 가려했던 랠리단의 최초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차량 통과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부득이 러시아 단원들은 바이칼을 거쳐 치타로 이동했고, 나머지 단원은 모두 걸어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향했다. 비자 문제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차량 통관을 위해 홀로 북경에서 급히 만주로 향했다. 단원들과는 하얼빈에서 다시 재회하기로 약속하였다.

만주의 국경 도시 만저우리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아침 일찍 있었다. 필자는 5시가 조금 넘어 공항을 향했다. 국제선과 달리 오래되고 조그만 공항에 만주행 비행편이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새벽같이 왔건만 비행기는 3시간 연착되었다. 줄지어 선 여행객 행렬은 앞을 막아섰지만 어디로 가는지 행선지와 목적이 명확했기에 곧장 비행기에 몸을 올려 만주로 날아갔다.

두어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만저우리 공항에 발을 내렸다. 객지에서 온 손님이 달갑지 않은 듯 거친 모래바람이 가장 먼저 필자를 맞이하였다. 중앙아시아보다도 더한 열기가 온몸을 급습했고 이 때문인지 밖을 오가는 이들도 거의 없었다. 황야의 땅 만주. 과거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피를 흘려가며 이곳을 거점으로 조국 독립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설움의 땅. 지금은 비록 중국과 러시아가 만주를 기점으로 국경을 두고 있지만 한때 이곳은 고조선의 영토였고 고구려와 발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춘원 이광수의 소설 <유정>의 배경이 된 곳도 바로 이곳 만주이고 <유정>의 다른 배경이 되는 러시아의 치타(Chita)도 만저우리 시와 멀지 않다. 그런 역사적인 곳에 발을 딛는다는 자체가 처음에는 감격스럽게 다가왔다.

만저우리 시내
만저우리 시내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헌화

하지만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를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게 한순간에 바뀌었다. 머릿속에 상상하던 만주는 아직도 광활한 벌판과 모래 언덕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건만, 상전벽해도 이런 경우가 없을 정도였다. 고층 아파트들이 밀집된 만저우리는 중국 내륙의 어느 도시보다 더 현대식 외관을 갖추고 있었다. 도시 주변 공원에는 대형 마트료슈카 동상과 미니 크렘린 등 러시아 풍 건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도로는 중국 어느 곳보다 잘 정돈되어 있었으며 차들 또한 대부분이 수입 차량들이었다. 인구 25만의 비교적 작은 도시라고 하지만 러시아와 교역이 큰 터라 늘 분주한 모습이었다.

며칠에 걸친 노고 끝에 어렵사리 랠리단 차량들은 중국에 입성할 수 있었다. 잠시 머무를 새도 없이 만저우리에서 곧장 하얼빈으로 향한 우리는 바쁜 와중에도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에 들려 헌화하며 그의 애국정신을 기렸고, 쑤이펀허에 도착해 러시아 입국을 기다렸다. 통신이 원활하지 못했던 탓에 애초 계획하였던 북한통과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중국 국경에서야 겨우 전해 들었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훈춘에서 두만강을 바라보며 다음을 기약하였다.

블라드보스토크 야경
블라드보스토크 야경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배편으로 귀국

이렇게 우리의 여정은 달포를 넘기고서야 한반도를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중국 국경을 넘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배에 몸을 싣고 고국을 방문하였다. 동해항에 도착하는 순간, 고난과 역경의 길은 뜨거운 환영 속에 순식간에 잊혔고 모든 설움은 한순간에 씻겨나갔다. 이처럼 피는 뜨겁고 진하다는 것이 몸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랠리단은 감격과 아쉬움에 그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훔칠 따름이었다. 이제 랠리단에게 남은 건 하나의 과제뿐이니, 바로 머지않은 시간에 한반도를 가로 질러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이번 랠리에서는 너무나 애석하게도 북한을 경유하지 못했다. 실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단원들은 현실에 정주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다시 도전할 기회를 부여하고자 했다. 어쩌면 이는 한민족 대통합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그들의 사명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먼저 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 <조상의 부름>은 계속될지니.()

박정곤 글/사진
박정곤 글/사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