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 알타이를 넘어 몽골을 가로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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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 알타이를 넘어 몽골을 가로지르다
  • 박정곤 전 러시아 고리키문학대학 교수
  • 승인 2019.10.19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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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만세운동 100주년 기념, 유라시아 한민족 오토랠리 2019 동행기(3)
알타이를 넘어 몽골로 향하는 '한민족 오토랠리 2019' 차량행렬
알타이를 넘어 몽골로 향하는 '한민족 오토랠리 2019' 차량행렬

알타이에서의 첫 날

새벽부터 푹푹 찌는 더위는 이른 시간부터 굳은살이 베도록 핸들을 잡아온 단원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유독 습하면서 끈적이는 날씨는 이제껏 지나 온 중앙아시아의 스텝과는 전혀 다른 느낌인지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영산 알타이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세계의 배꼽이라 불리는 알타이 산맥은 러시아와 몽골, 중국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국경지대에 놓여 있으며 그 길이가 1800여 킬로미터에 달한다. 알타이는 평소 연구차 또 촬영차 즐겨 찾는 곳이지만 가면 갈수록 신비감을 더하는 곳이다. 스키타이를 비롯한 문명의 교차로였던 초원길’(step way)의 중심인 알타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벌써 10여 년 전인데 아직도 최초의 목표였던 알타이의 주봉 벨루하(4,509m )를 오르지 못했으니 말이다.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로 넘어오는 길은 비교적 순탄하였다. 알타이를 넘어야 하기에 길은 굽이굽이 휘어졌으나 경치만큼은 절경인데다 도로 사정도 비교적 좋았다.

세미팔라틴스크(구 러시아의 지명, 지금은 카자흐스탄 영토이며 현재 지명은 세메이) 도스토옙스키 박물관
세미팔라틴스크(구 러시아의 지명, 지금은 카자흐스탄 영토이며 현재 지명은 세메이) 도스토옙스키 박물관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이 남아있는 세미팔라틴스크

카자흐스탄에서는 세미팔라틴스크라는 곳을 지나야 했다. 이곳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옴스크에서 유형 생활을 한 후 185432일부터 시베리아 7대대 1중대에서 일반 사병으로 근무했던 장소이자, 첫 번째 아내인 마리야 이사예바를 만난 곳이다. <시베리아 문학기행>의 저자인 이정식 선생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일대기 기록을 위해 자료 조사차 이곳을 방문한 사실은 이미 그의 노작을 통해 잘 알려진 바 있지만 사실 한국인이 이곳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다 보니 차를 타고 열을 지어 지나는 한국인들이 신기한 듯 지역민들은 걸음을 멈춰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곤 하였다.

랠리단은 끝없는 알타이의 산길을 따라 몽골 국경을 향했다.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카툰 강은 우리와 속도를 맞추기라도 하는 듯 옥빛 물결을 세차게 휘몰았고 드문드문 무리지어 도로를 막던 말떼와 소떼는 우리와는 정반대로 카툰에서 목을 축이며 지나는 차들을 여유로이 바라보았다. 몽골과의 국경이 가까워질수록 초원에 점점이 박혀있던 게르의 수는 눈에 띄게 늘어났고 낙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드디어 러시아 알타이의 최남단 코슈-아가치 지구의 국경 마을인 타샨타에 도달했다. 시간은 많이 소요되었지만 일단 국경을 넘고 나니 몽골의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를 매료하였다. 랠리단은 차간누르 마을과 알타이 시를 거쳐 울란바토르로 가는 노선을 택했는데 아직 비포장인 구간이 많고 산길을 헤쳐가야 하다 보니 차는 이내 먼지투성이가 되고 바퀴는 바람이 빠지기 시작했다. 어둑한 저녁이 찾아 왔고 안전을 위해 랠리단은 결국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야만 했다. 칠흑 같은 어둠에 이미 더 운행하기 힘든 터라 여기서 바로 노숙하는 것이 어떠냐는 논의가 한창 오갔다. 그 순간, 단원 중 누군가가 하늘을 보라 소리쳤고, 우리는 너나없이 경이로운 몽골의 밤하늘을 보며 잠시 넋을 놓았다.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알타이 산등성이 뒤로 쏟아질 듯 하늘을 가득 매운 별들은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아름다운 야경을 선보였다. 이따금 떨어지는 유성들은 밤의 정적마저 황홀하게 만들었고 굶주린 저녁을 잊을 만큼 눈을 호강시켰다. 이제껏 한 번도 이런 여유가 없었기에 아침이 오기를 아쉬워할 정도로 밤은 단원들을 설레게 하였다.

몽골 북부 초원에서
몽골 북부 초원에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향하여 

다음날, 독수리의 퍼덕이는 날개 짓 소리에 놀라 단원들은 잠을 깼다. 어제 먹고 남겨놓은 고기를 취하고자 독수리 떼가 찾아 든 것이다. 몽골에서는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야생조류들과 귀엽게 생긴 알타이마멋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난 밤 대자연의 황홀경으로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단원들은 수도 울란바토르를 향해 고삐를 늦추지 않았지만 한낮의 졸림은 이겨내기 힘들었다. 그러기도 잠시, 창창하던 하늘은 점차 어두워지더니 어디선가 먹구름 떼가 예고 없이 몰려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녁이 다소 늦은 터라 단원들은 수도 울란바토르에 입성하자마자 몸을 말리고 몽골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오래 머물며 몽골의 유목 문화를 만끽하고 싶었지만 한반도로 신속히 이동해야 했기에 우리는 서슴없이 중국의 내몽고로 향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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