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세운동 100주년 기념, 유라시아 한민족 오토랠리 2019 동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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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만세운동 100주년 기념, 유라시아 한민족 오토랠리 2019 동행기 (1)
  • 박정곤 전 러시아 고리키문학대학 교수
  • 승인 2019.10.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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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9일부터 장장 70일에 걸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대한민국까지 이어진 자동차 랠리
한민족 오토랠리 2019 모스크바 출정식 (2019.7.9.)
한민족 오토랠리 2019 모스크바 출정식 (2019.7.9.)

'조상의 부름'

백야의 붉은 광장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광장을 따라 유쾌히 노래를 부르며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유모차를 끌며 가족들과 함께 크렘린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며 한 장의 사진 속에 추억을 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발굽을 높이 든 군마상이 조형된 분수대 뒤로 자리를 튼 연인들은 잠시간 더위를 식힐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에 녹아들기도 한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광장 맞은 편 바실리 성당 아래에는 어느 때보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한민족 오토랠리 2019, 이름 하여 <조상의 부름>에 참가한 단원들이다. 러시아 동포들을 주축으로 꾸려진 자동차 랠리단은 3.1 만세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음의 고향 한반도를 향한 노정을 세웠으며, 79일 붉은 광장 아래에서 성대하게 기치를 올렸다.

장장 70일에 걸친 한민족 랠리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출발하여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 중국을 지나 최종목적지인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 세계 7개국의 한인과 현지인들이 참가하였으며 이동 거리만 하여도 총 3만 킬로미터에 달하다보니, 단원들은 그야말로 지구 둘레의 절반이 넘는 거리를 오직 차에 몸을 싣고 고향을 향해 달려야 했다.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에서 대장정의 막을 올리다

랠리를 위한 준비는 거의 1년 전부터 진행되었다. 차량만 해도 구간 랠리 포함 총 10대나 되고 전체 인원도 40여명에 달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이동 루트 또한 알타이 산맥과 몽골의 사막, 내몽고의 황무지를 지나야했기에 차량 상태에서부터 하루 이동거리까지 세심하게 정비하고 또 철저하게 계산해야 했다. 준비 기간 중, 이탈리아와 독일, 브라질 등지에서 뜻을 함께 하겠다는 반가운 참가 소식을 전해왔으며, 덕분에 모두가 기꺼이 출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마침내 79, 모스크바를 출발하여 915일 추석 마지막 휴일에 모스크바로 다시 돌아온다는 장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세계 각지로부터 모여든 단원들은 모스크바에서 발대식을 가지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상기된 얼굴의 단원들은 긴장을 놓지 못했다. 랠리 단장인 동포 4세 김 에르네스트는 러시아 한인 이주 150주년 기념 랠리를 포함하여 이미 여섯 차례나 수 개국을 오가는 대장정을 치른 경험이 있으나 그 역시 출발 당일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운명의 시간은 어김이 다가오고, 출발을 알리는 함성과 함께 차량 대열은 모스크바 강을 따라 러시아 남부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덧 모스크바는 등 뒤로 멀어졌고 금세 러시아 특유의 대초원이 눈앞에 들어왔다. 자작나무 사이사이 보이는 밀밭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게 펼쳐졌고, 군데군데 노란 물결을 넘실거리던 해바라기 밭은 수확을 앞두고 태양의 기운을 받아 한창 살찌우기에 여념 없었다.

볼고그라드 마마예프 쿠르간 전쟁기념관의 동상
볼고그라드 마마예프 쿠르간 전쟁기념관의 동상

2차대전의 격전지 볼고그라드( 구 스탈린그라드)에서 동포들의 환영을 받다

정체와 급작스러운 궂은 날씨 탓에 랠리단은 보로네시(Voronezh)를 지나 볼고그라드까지 다다르는데 한참의 시간을 소요하였다. 거리는 약 천 킬로미터 남짓하였지만 꼬박 이틀을 소비한 것이다. 볼고그라드(Volgograd)를 과거에는 스탈린그라드라 불렀는데, 2차 세계 대전 당시 최대 격전지이자 가장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낸 곳이기도 하다. 인류 전쟁사에서 가장 참혹한 전투로 기록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는 약 200만 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기록되고 있다. 밤을 보낸 랠리단은 다음날 아침 가장 먼저 마마예프 쿠르간(Mamayev Kurgan) 전쟁 기념 공원에 들러 전몰자를 기리며 참배하였다. 공원 언덕에 오르니 저 멀리 볼가 강이 한 눈에 들어왔다. 러시아의 대부분 도시가 그러하듯 이곳 또한 강을 끼고 도시가 형성되었는데 도심을 가르는 볼가 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배를 끄는 인부들의 고된 숨이 섞인 뱃노래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아쉽게도 도시를 상징하는 여신상은 보수 공사 중이었지만 기념 공원 곳곳을 둘러보며 전쟁 당시의 참혹함과 조국을 지키고자 했던 러시아인들의 애국심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볼고그라드는 고려인 동포 디아스포라의 활동이 활발한 곳이라 참가한 모든 한인들에게 의미가 남달랐고, 동포들은 다양한 전통 공연과 아리랑 합창으로 성대히 맞이해 주었다. 덕분에 랠리단은 더욱 힘을 내어 다음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칼미크 공화국의 석가모니 황금사원 입구
칼미크 공화국의 석가모니 황금사원 입구

불교도들의 땅 칼미크 공화국을 지나다

볼가 강을 따라 남하하던 랠리단은 초원 위에 세워진 불교도들의 땅 칼미크 공화국을 지나 카스피 해에 인접한 아스트라한(Astrakhan)으로 넘어갔다. 카스피 해는 내륙 가운데 있는 거대한 호수이지만 그 속에 담긴 물이 담수가 아니라 염수(鹽水)이기에 엄연히 바다라 불리며 러시아를 비롯한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이상 5개국이 영유권을 가진다. 면적만 하여도 37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해 한반도 전체 면적보다도 훨씬 넓다. 한때 이곳은 세계적 희귀종인 철갑상어의 서식지로 유명하였으나 현재는 석유와 가스 등 자원 개발로 더욱 주목을 받는 곳이 되어 버렸다.

러시아는 동에서 서까지 총 11개의 시간대를 가질 만큼 거대한 나라다. 그래서 모스크바에 사는 단원들도 정작 한 나라에 살고 있지만 머나먼 아스트라한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볼가의 밤낚시를 즐기고픈 단원들도 많았다. 하지만 카자흐스탄과의 국경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었고, 또 첫 국경을 넘는다는 긴장감으로 인해 볼가 강에서의 풍류는 다음 기회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계속)

박정곤 글/사진
박정곤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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