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호 일상칼럼】'컴퓨터 자판'에서 음성인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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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일상칼럼】'컴퓨터 자판'에서 음성인식으로.
  • 조근호 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 검사장 전법무연수원장) |
  • 승인 2019.09.2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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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 검사장 전법무연수원장)​
​조근호 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 검사장 전법무연수원장)​

독자 여러분은 컴퓨터 자판을 어떻게 치고 계시나요. 저는 젊은 날 타자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처음 검사가 되었을 때는 조서를 펜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워낙 악필이라 펜으로 조서를 작성하는 일이 저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타자기가 도입되었습니다. 타자 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여러 번 시도하였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동료들은 타자를 치는 시대에도 저는 여전히 펜으로 조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던 중 컴퓨터라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처음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보니 타자기 자판을 두드릴 때 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법을 학원에 다니지도 누구에게 배우지도 않고 스스로 터득하였습니다. 소위 독수리 타법입니다.

자판을 눈으로 보고 두 손 검지만을 이용하여 치는 타법입니다. 독수리가 먹이를 쪼듯이 친다고 하여 독수리 타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저는 1989년부터 30년을 이 타법으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 타법을 본 사람들은 참 신기해합니다. 어떻게 독수리 타법으로 업무를 하였으며, 월요편지도 쓰고 있는지 놀라는 기색입니다. 저는 별 불편 없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방식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난번 월요편지에서 말씀드린 바 있었던 초성과 종성을 바꿔서 치는 실수가 잦아지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고민하던 중, 친구 강민구 법원장의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강의 제목은 디지털 혁신 시대 필수 생존 비법입니다.

강 원장은 법원 최고의 IT 전문가입니다. 강 원장은 그 강의를 통해 나이 들어가는 세대에게 필수적인 핸드폰 앱을 여러 가지 소개하였습니다. 대부분 제가 아는 내용이라 그냥 한번 정리하는 기분으로 듣고 있었는데 한 대목에서 필이 꽂혔습니다.

핸드폰을 사용할 때 자판을 두드리지 말고 음성으로 입력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음성 인식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특히 검찰 혁신과제의 하나로 조서를 녹화하여, 음성을 자동 입력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한 적이 있어 음성인식에 대해 일찍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2006년 당시에는 한글 음성 인식률은 80% 남짓하여 음성 인식으로 얻는 이점보다 수정으로 잃는 단점이 훨씬 많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 저에게 '음성인식이란 아직은 활용 불가능한 기술'이라는 선입견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핸드폰에 음성 인식 기능이 있어도 그것을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강 원장이 음성 인식을 강력히 추천한 것입니다. 그는 음성 인식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에버노트 앱을 핸드폰에 켜놓고, 강의 내용을 핸드폰에 음성 입력하고 핸드폰 화면에 음성인식으로 나타난 문장들을 대형 화면을 통해 직접 보여 주었습니다.

"지금부터 음성인식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글로 먹고사는 교사, 교수, 기자, 판사, 검사, 여러 직종의 문필가들, 이런 분들이 젊었을 때는 키보드 속도가 말보다 빠르지만 나이가 50~60대가 되면 손가락의 터널 증후군이 생기고 손이 아파 더 이상 글을 못 쓰는 단계까지 갑니다.

그런 경우에 말로 이렇게 초벌로 입력해 놓으면 정말 편합니다. 나이가 들면 손자 손녀가 카톡을 늦게 답변한다고 할아버지를 우습게 보는데, 음성인식을 이용하면 아이들보다 더 빨리 답변할 수 있습니다."

대충 핵심 요지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 강의를 듣고도 그 당시만 필이 꽂혔을 뿐 실행에 옮기지 않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가 핸드폰에 입력할 때 점점 오타가 많이 생기는 바람에 해결책으로 강 원장의 권고에 따라 보기로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한 줄 정도 음성으로 핸드폰에 입력하였더니 정말 놀랍게도 제 음성대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물론 오자와 탈자도 있었지만 참을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아니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있던 음성 인식률과는 판이하게 차이가 있었습니다.

13년의 세월 동안 어마어마한 기술의 발전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그 음성 인식 기술에 관심을 두지 않다가 이번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저는 사용 범위를 조금씩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가족들에게도 사용을 권했더니 반응이 너무 좋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어 월요편지 작성을 음성 입력으로 도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오늘 자 월요 편지 작성을 핸드폰 에버노트 앱에 음성으로 입력하고 있습니다.

자판을 칠 때보다 얼마나 수월한지 모릅니다.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이 방법으로 글을 쓰면 앞으로 자판을 두드려 글 쓰는 것을 그만두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판으로 입력하는 바람에 글씨 쓰는 경우가 준 것처럼, 음성으로 입력하기 시작하면 자판으로 입력하는 경우가 대폭 줄 것입니다.

세상은 손글씨에서 컴퓨터 자판으로 바뀌고, 이제 음성 입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스스로 어얼리 어댑터라고 자처하고 살았지만, 음성 입력에서만큼은 원시인이었습니다. 이제 한 걸음 한 걸음 음성 인식 문명사회로 나가 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제 '컴맹' 대신 '음맹 音盲'이라는 단어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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