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호 일상칼럼】이중(二中)혁명시대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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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일상칼럼】이중(二中)혁명시대의 덫.
  • 조근호 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 검사장 전법무연수원장)
  • 승인 2019.09.1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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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 검사장 전법무연수원장)
조근호 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 검사장 전법무연수원장)

우리가  살고 있는 2019년을 규정짓는 표현 중에 중요한 것 두 가지가 '촛불 혁명 시대'라는 표현과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표현일 것입니다. 이 용어에 대해 동의를 하든 안 하든 이 표현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중(二重) 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가급적 월요편지에서 정치나 종교적 주제는 다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입장이 다르고, 이것은 이성이 아니라 믿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혁명 시대는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특히 [이중 혁명 시대]라면 그 특징이 강화될 텐데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정도는 공부하여야 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서점에서 이 책 저 책을 뒤지다가 우연히 책 제목이 저의 관심을 끌어 사서 읽어 보았습니다.

1841년부터 1931년까지 산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이 1920년대 초에 쓴 [프랑스 혁명과 혁명의 심리학]이라는 책입니다. 몇 장을 넘기다가 그의 분석에 매료되어 단숨에 끝까지 읽었습니다. 거의 100년의 시차가 있는 책이지만 오늘의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이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2018년에 번역된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제1부 '혁명운동의 심리학적 요소들'이라는 챕터의 2장 '혁명을 지배하는 심리 유형들'에 수록된 '혁명 기간에 두드러지는 개인의 성격 변화'라는 대목을 읽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혁명이 발발하면 평상시에 억눌려 있던 몇 가지 감정이 나타난다. 사회적 제어장치들이 파괴됨에 따라, 이 감정들이 한껏 부풀려진다."(76쪽)

저자는 혁명기에 한껏 부풀려진 감정으로 [증오], [공포], [야망], [시기], [허영], [열광]을 들고 있습니다. 그는 프랑스혁명 당시의 혁명의 주동자들과 일반인들이 보여준 감정의 변화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증오]입니다.

"프랑스 혁명의 주동자들을 고무한, 인간과 제도와 사물에 대한 증오는 이런 감정적 현상의 하나이다."(77쪽)

"이처럼 격한 증오의 감정이 일어나는 주된 원인의 하나는 스스로를 절대 진리의 소유자로 여기는 까닭에 모든 종교의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단의 존재를 참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77쪽)

이 증오의 감정은 혁명의 주체 세력만 가진 성격의 특징은 아니었습니다. 혁명기에 등장한 각종 정치 세력이 모두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서로 부딪치면서 프랑스 전역을 전쟁터로 몰아넣었습니다.

두 번째는 [공포]입니다.

"공포도 혁명에서 증오만큼 큰 역할을 한다."(80쪽)

"이 기간에는 온갖 형태의 공포가 다 관찰되었다. 가장 팽배했던 공포 중 하나는 온건주의자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의회의 의원들과 검사, 특별 임무를 맡은 대표들, 혁명재판소의 판사들 모두가 경쟁자들보다 더 앞서 나가는 것으로 보이고자 애를 썼다."(81쪽)

검사 출신인 저로서는 이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자는 프랑스 혁명 당시의 법조인을 이런 측면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분석은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면이 있지만, 일부 그런 면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이런 공포가 엄습합니다. 과연 내가 이런 기술들을 다 배워 따라갈 수 있을까? 3차 산업혁명기의 산물인 SNS에 아직도 낯선데 또 AI라니 헉헉거림이 목에 차이며 시대에 뒤떨어져 가고 있다는 두려움이 온몸을 감쌉니다.

세 번째가 [야망, 시기, 허영]입니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성격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평상시라면 이러한 감정적 요소들의 영향은 사회적 필요 때문에 강압적으로 억눌려진다."(81쪽)

"예를 들면 군인이 간혹 장군으로 출세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랜 기간 복무한 뒤의 일이다. 반면에 혁명 기간에는 그렇게 오랜 세월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모두가 거의 즉시적으로 상위 계급에 오를 수 있다."(81쪽)

"그렇기 때문에 모든 야망이 폭력적으로 일깨워진다. 아주 미천한 사람도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적합하다고 믿는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 사람의 허영이 터무니없이 커진다."(81쪽)

"야망과 허영을 포함한 온갖 열정이 어느 정도 자극을 받게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성공한 사람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81쪽)

이 현상은 비단 정치 혁명기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기에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면 대학 동창이 스타트업을 하여 막대한 성공을 이루면, 그의 특별한 성공을 축하하기보다는 능력도 안 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허망한 야망을 품고, 허영심과 시기심이 발동하여 사표를 내고 스타트업을 하다가 몰락하고 말지요.

4차 산업혁명 시기가 아니라면 단계를 밟아 성장해 나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텐데 몇 년 만에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는 혁명기에는 누구나 야망, 시기, 허영이라는 '혁명의 덫'에 걸리기 마련입니다.

마지막은 [열광]입니다.

"혁명 주동자들의 열광은 마호메트의 신앙을 전파한 사도들의 그것과 같았다."(83쪽)

"그들은 낡은 세상을 파괴하고 그 폐허 위에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기를 원했다. 그 어떠한 환상도 사람들의 가슴에 이것만큼 뜨거운 불을 지르지 못했다."(83쪽)

"각성이 아주 빨리 이뤄지고 격렬했기 때문에, 이 같은 열광이 아주 빨리 폭력으로 바뀌었다. 혁명의 사도들이 자신들의 꿈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던 일상의 장애물을 공격할 때의 그 격노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83쪽)

프랑스 혁명기의 상호투쟁은 이미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만 4차 산업혁명기의 상호투쟁은 이제 역사에 기록되고 있습니다. [타다]를 둘러싼 격한 충돌을 우리는 이미 목격한 바 있습니다.

물론 1789년 프랑스와 2019년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시대, 다른 나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중 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저자의 분석이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완독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혁명이 발발하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는 혁명 주체이든, 혁명 대상이든 모두 '혁명의 포로'가 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자가 말한 [증오], [공포], [야망], [시기], [허영], [열광]의 감정은 '혁명의 덫'이 되어 혁명기를 살아가는 모두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이중 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혁명의 수혜자'가 되기를 원하였지만 단기적으로는 '혁명의 피해자'가 될 것입니다. 그 혁명의 과실은 우리의 다음 세대나 그다음 세대의 것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들의 아들딸, 손자 손녀의 미래를 위해 혁명의 덫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혁명의 덫에 걸려 몸부림치고, 고통받고, 고성을 지르는 이 야단법석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혁명이 이런 과정을 밟았음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의 소동은 찬란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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