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한-일 갈등, 양국이 이성적으로 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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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한-일 갈등, 양국이 이성적으로 풀라
  • 송장길 (언론인, 수필가)
  • 승인 2019.08.0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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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백색국가 배제가 몰고온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최악의 사태로 증폭됐다. 무력 충돌은 아니지만 건국 이래 가장 위험한 대결로 치다른 것이다. 이제는 두 나라 간의 분쟁을 넘어서 동북아의 정세와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될 지경이다. 동북아 정세에서는 한.미.일 동맹체제에 부분적인 균열이 나타나고, 세계경제의 한 축을 견인해온 극동의 지역 경제도 흔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등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고, 미국은 방관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더 악화되면 됐지, 극적으로 수습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이거나 국교 단절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어떤 모양으로든 봉합은 되겠지만, 양측이 역린을 거스르는 공격을 서로 퍼부어대 이미 치유가 쉽지 않은 상처를 냈다. 한.미.일 안보체제는 이전으로 돌아가기에는 금이 너무 깊게 파였고, 경제에도 벌써 위축 현상이 뚜렷하다. 경제 지수는 나중에 나오겠지만 시장의 실물 경제는 증권, 환률, 공장 가동률, 도.소매업종 등 많은 부분에서 분명히 저기압권에 들어섰다. 어처구니 없는 사태 발전이고 대응이었다. 위안부 협정 파기와 징용 판결도 대국적이지 못했고, 일본의 보복과 한국의 강경 대응도 국제사회의 매너를 벗어난 낮은 수준의 국제정치였다.     

아베 총리가 지난 1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시켰을 때는 한국의 위안부 협정 파기와 징용 판결에 분노해 보복심리가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한 일본의 불만은 그동안 여러가지 신호를 보내왔었는데, 한국의 촉수는 무디었다. 아베 총리는 보복을 통해 지지도를 높이고 헌법 개정 등 극우적인 정치 노선을 구현하겠다는 노림수를 품었을 것이다. 또 자기들은 잃어버린 20년의 후유증이 아직 괴로워 한국의 산업적인 기세를 꺾어야 한다는 견제심리도 감추어져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일부의 주장 대로 경제를 무기로 삼아 한국을 손아귀에 넣겠다든지, 단번에 제압해 버리려는 제국주의적 의도까지는 너무 앞서 가는 추측이고, 오늘의 정세로는 가능하지도 않다. 그런데 양국 간의 충돌이 날로 격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일본의 공세는 그런 수준까지를 걱정할 정도로 확산됐고, 한국의 반격도 거세지면서 대중의 반일 무드까지 거칠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일본의 백색 국가 해제 후 바로 이래적으로 공개된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일본에게 다시는 지지 않을 것이며, 승리의 역사를 만들겠다”고 한 말은 출전 선언 만큼 수위가 높았다. 그 외에도 대통령은 “12척의 관옥선이 남아있다”는 이순신 장군의 장계를 언급하고, 여권 지도부가 “경제 침략”, “토착 왜구”, “죽창가”, “친일 세력”,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민족주의를 부추키는 원색적인 언어들을 쏟아낸 일은 투쟁 의지를 고취하는 적의를 담고 있어서 과열 양상을 띄었다. 당연히 일본의 반한 분노도 자극되고 있다. 이러한 감성적인 표현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외침이다. 그러나 그런 선동적인 언어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고, 오히려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걷어찬 형국이 되었다.   

일본 측은 대화하자는 한국의 요구를 거절하고, 상대조차 하지 않는다. 겉으로 욕하면서 타협하자는 태도는 선진적인 협상과 타협의 자세가 아니라고 볼 것이다. 협상하지 않고 자존감만 채우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남는 건 뼈아픈 손실이다. 더구나 냉엄한 국제관계에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입장만 내세우면 타협은 불가능하다. 양보할 카드가 감지될 때 협상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번 한일 간의 현안은 현실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한국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일본 측은 그런 점까지 면밀히 검토해서 계획한 공격이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한국에서 내놓은 반격은 일본을 꺾기에는 역부족인 것들이다. WTO 제소도 승패를 떠나 당장의 불을 끌 수 없고, 역내 국제회의에서 일본을 비난해도 효험은 미미하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5대 신사국 대우를 받는 판국인데,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주장에 수긍하더라도 일본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꺾기는 우리의 외교력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과일이다. 미국을 지렛대로 삼기 위해 한일군사정보협정(GSOMIA)의 파기를 들고나와도 일본이 우위인 군사기밀의 교환 조항이 핵심인 만큼, 우리가 큰 소리칠 사안도 아니고, 미국의 신경만 건드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의 막강한 로비력으로 미국은 일본을 먼저 바라보지, 한국 편이랄 수 없는 게 현실 아닌가.  협상의 효과를 극대화 하려면 상대를 설득할 절묘한 전략이 요체이다. 진지함과 신뢰는 기본이고, 상대의 실상과 기호, 비선호를 철저히 파악해 그에 맞춰 합리적인 논리와 득실을 제시해서 상대가 받아드리지 않을 수 없는 대안을 들이대는 것이 협상의 기술이다. 일방적으로 공격하면서 상대에게 요구만 하는 발상은 한물 간 힘센 세력들의 갑질이었고, 야비한 전술이었다      

일본이 가장 아파할 카드는 일본이 언제라도 기술과 경제를 무기화해서 제국주의 국가로 변신할 것이라는 국제적 우려를 높이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로 뻗어있는 일본경제의 아킬레스 건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외교력이 그렇게 세계의 주의를 환기시킬 능력에 못 미칠 뿐 아니라, 그럴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아베 총리의 정치노선이 국제질서와 세계평화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극우의 부활임을 일본 국내와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일이다. 일본을 다시 “칼의 나라가 아니고 조용한 국화의 나라”로 지향하도록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이 일도 한국 단독으로는 힘에 부치는 일이다. 미국이 북방을 견제하려고 집중하고 있으면서 일본을 방목하면 필경 사나운 맹수로 변한다는 우려를 미국 등지에서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지만 언제까지 일본이 미국의 대행자로만 남아 있을까? 아베의 정치노선은 명치유신의 지주 요시다 쇼인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은가.

홍남기 부총리가 발표한 정부의 대책은 한국도 일본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한다는 맞대응과 관련업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맞대응은 일본을 움직일 만한 위력이 없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정부의 지원책은 예상되는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과 소재개발을 촉진하는 재정적 보조, 그리고 세제상의 면제와 절차 간소화가 골자이다. 어려운 기업의 지원은 필요하고 약간의 도움은 될 것이다. 그러나 보조금으로 필수 소재를 구할 수가 없고, 고도의 기술이 개발되려면 긴 시간이 걸리며,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해야할 상황이 다가오므로 당장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현실이 문제이다. 정부는 그런 미봉책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어떻게든 일본의 백색국가에 한국을 다시 지정하도록 총력 외교를 펴서 성과를 얻어내야한다. 일본의 화이트 국가 배제는 아베 총리가 총리실에 지시해서 계획한 정치인 아베의 결정이다. 아베 총리 외에는 누구도 철회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이 한국의 의원들을 만나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따라서 이 난제를 푸는 길은 한일정상회담이 만나서 담판을 짓는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만나려 해도 응답이 없다 하지만, 서로 주고 받는 대안을 사전에 조율해서 어떻게든 협상을 성사시켜야 한다. 반일을 허공에 외쳐대도 돌아오는 것은 긴장의 고조 뿐이다.        

국가와 대통령의 위신과 체통까지 구길 수는 없지만, 양측이 모두 양국 관계가 이 지경으로 악화된 원인에 대해 먼저 진정성 있게 성찰을 해야한다. 한국 측에서는 위안부 협정의 파기와 징용 소송 문제의 해법을 고민해야 하며, 일본은 기술을 무기화하려던 계책에서 물러서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내용적으로 서로 최대한 양보해서 대타협에 이르러야 태풍은 소멸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국 모두 엄청난 시련과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다. 한국은 당장 국세가 훼손되고, 명운도 크게 기우는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일본도 국제 신뢰를 잃을 것이고, 아베정권도 대내외적인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도 해낼 수 있다고 다짐하지만 현실은 다급하고, 꿈은 멀리 있다.  비젼은 현실을 딛고 서야 차분히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날아가서 간곡히 도움을 요청해야 되지 않겠는가? 방문이 어려우면 최소한 전화라도 자주  걸어서 진지하게 협의 할 수도 있다. 그런 적극적인 노력을 하라고 국민이 대통령으로 뽑은 게 아닌가? 김정은 위원장은 그토록 반갑게 만나면서 가장 가까워야 할 우방의 대통령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지원을 요청할 수 없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서 한일 징용소송이 처음 제기됐을 때 수임한 첫 변호사였다고 자존심만 끌어안고 강경일변도로만 나가면 사태는 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치아와 입술의 관계라고 한다. 프랑스와 독일처럼, 스웨덴과 핀란드처럼, 미국과 카나다처럼 한국과 일본도 과거를 말끔히 씻고 가까운 이웃으로 다시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하라는 것이 양 정상에게 요구하는 시대정신이고, 국가와 지구촌의 명령이다.     

평화의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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