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마루파티라는 것을 합니다. 우리 회사이름이 행복마루이기에 마루파티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전 직원이 모여 강의도 듣고 생일잔치도 하고 말 그대로 파티입니다. 지난 목요일에도 마루파티가 열렸습니다. 마루파티는 미리 정해진 준비조가 파티 내용을 마음대로 정합니다. 지난 마루파티에는 젊은 두 직원의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프로파일링이란 '한 사람이 인터넷에 남긴 모든 흔적을 수집하여 분석하는 업무'를 말합니다. 그저 상식 수준의 구글링이 아니라 상당히 복잡하고 정교하며 장시간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노하우는 공 전임이 업무를 하면서 개발한 것이었고 필요하면 다른 팀에서도 공 전임의 노하우에 의존한다고 했습니다. 공 전임은 30대 초반의 젊은 직원입니다. 그런데 벌써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노하우 전수를 할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그저 이제 신입을 면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기업 감사실에 가서 강의를 해도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행복마루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팀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보통 4, 5명이 한 팀이 되어 특정 회사의 부정과 비리를 조사하는 일을 합니다. 그러니 팀원들 간의 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역시 우리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구글 드라이브와 에버노트를 사용하는 저에게는 새로운 신세계였습니다. 물론 젊은 직원들은 상당수 일부 사용하고 있었지만 남 과장의 제안은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들 매우 유용하고 편리하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저는 이용훈 전무에게 회사 전체가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어떻겠냐고 물었고, 몇 번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써보고 전사적으로 확대할 것인지 결정하겠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저는 법무부 최초로 '보석글'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상사들을 깜짝 놀랍게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타자를 치던 시절 오타가 나면 새로 쳐야 했는데 보고서를 컴퓨터로 작성하여 프린트한다는 것은 혁명이었습니다. 행복마루에서는 제가 업무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고, 그래서 늘 제가 직원들에게 제 노하우를 전수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저로서는 보다 많은 직원에게 제 노하우를 빠른 시간에 전할 목적으로 약 10여 명의 직원을 퇴근 시간 후에 회의실에 모아 놓고 제가 직접 파워포인트를 수정하였습니다. 그동안 직원들의 역량은 늘어나기는커녕 저의 수정 작업만 기다린 채 멈춰서 버렸습니다. 저는 "회사의 역량이 설립자의 역량을 넘어서야 진정한 회사이다."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직원들에게 더 가르칠 것이 없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도 하였지만 직원들 스스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검찰 30년 동안 한 번도 운전석 밖으로 나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운전을 잘할 것인지만 신경 썼지 제 차가 어떤 상태인지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운전석을 때론, 아니 자주 위임하고 운전석 밖에서 차를 살피기도 하고 지역 전체를 조망하기도 합니다. 그래야 제가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될 테니까요.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