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례 시인, 시집 ‘울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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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순례 시인, 시집 ‘울컥’ 출간
  • 세종경제신문
  • 승인 2019.07.0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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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박종준씨와 콜라보
“간절한 그리움으로 다가가야 할 서정을 위하여…”

“이번 시집의 지향이 저 강물과 같다.
그러나 참 어둑하다. 간절한 그리움으로 다가가야 할
서정을 위하여, 갈 길이 멀다.”

 

올해로 시력 25년차인 함순례 시인이 우리 삶의 희로애락과 평화와 상생을 노래하는 서정시 50편을 사진과 함께 엮은 네 번째 시집인 오후시선 05 '울컥'<사진>을 도서출판 역락에서 출간했다.

1. 간절한 그리움으로 다가가야 할 서정을 위하여

강물이 흐느끼는 소리
파란만장하게 스며드는
신성리 갈대밭
노랑어리연, 나비처럼 날고 있다
그 꽃 하도 이뻐
그 물웅덩이 하도 가벼워
세찬 바람도
잠시 숨 고르는 사이
그 사이

<울컥>, p.17.

함순례 시인은 첫 시집 '뜨거운 발'과 두 번째 시집 '혹시나'에 수록한 시편들을 통해 민중적 서정을 몸체로 한 리얼리즘의 진수를 보여줬다. 지난해 출간한 세 번째 시집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에서도 시인은 ‘당신’을 향해 뻗은 수많은 굽은 길들을 모더니즘 형식으로 전유(轉游)하며 리얼리즘과 결합을 꾀하고 있다. 소외되고 뒤쳐진 존재들에서 슬프고 아픈 기미를 발견해 타자를 구체적인 ‘당신’으로 호명하고 있다. 세 권의 시집을 통해 시인은 슬프고 아픈 기미를 찾아 치열하게 끌어안으려는 마음을 고스란히 시집 속의 시편들에 녹여 내고 있다.

2. 지극한 안부이자 저녁의 노래들

사진과 함께 엮은 이번 시집 '울컥'의 지향점 또한 전작들과 다르지 않으나, 시인은 여전히 분명하고 맑지 않은 세상에 대해 격렬히 토로하기보다는 말을 아끼고 묵묵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슬이 흐르는 저녁 강물을 말없이 바라보며, 깊고 아득한 울림으로 반짝이는 물결의 노래를 듣는 시인의 뒷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게 된다. 시인은 어떤 큰 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마흔 갓 넘은 나이였다
내 몸에 장착한 최초의 무기
돋보기로 읽는 세상은
맑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까운 것 먼 것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노안>, p.29.

시인은 ‘무엇을 적겠느냐 무엇을 쓰겠느냐’ 스스로 자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심에 닻을 내리고 오래 묵묵하겠다’는 결기가 시편들마다 울림을 전한다.
<저녁에 내리는 비>에서는 내 곁에 다가왔으나 지금 여기에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을 새를 통해 그렸고, <나무가 겨울을 나는 법>에서는 찬바람 고일 때마다 빈 하늘의 적막이 무거울 때마다 잽싸게 새들을 토해내고 삼키는 겨울나무와 우리 삶의 생동의지를 연동했으며, <틈>에서는 대를 솎아내자 바람이 몸통으로 발치로 내려와 놀면서 숨이 트이는 대숲을 묘사하며 빠듯한 일상 속에서 맘껏 울 수조차 없는 우리 생의 비의를 그렸다. 생의 선물처럼 반짝였다가 아스라이 멀어진 별빛 같은 존재들, 상처의 기억과 아픔을 담아내는 시선들은 <울컥>, <4월>, <눈물>, <명부전>, <고바 데이시>, <선물> 등이다. 대표적으로 <울컥>에서는 신성리 갈대밭 물웅덩이에 피어 있는 노랑어리연, 나비처럼 가볍고 이쁜 꽃을 위하여 세찬 바람도 잠시 숨을 고르는 그 사이에, 우리가 있음을 노래했다. 또한 존재와 욕망에 대한 성찰의 시편들이 있다. <파문>에서는 물인 듯 바람인 듯 잠시 다녀가는 인생임을, 단식의 깨달음을 담은 <콩 한 알>에서는 아주 작은 메주콩 한 알에도 금세 요동치는 욕망에 대하여, <나에게 묻는다>에서는 깨끗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 무엇을 적겠느냐, 돌아본다. 궁극적으로 이번 시집은 우리 삶을 위무하고 보듬으며 생동력을 발화하는 사유와 치유의 시편들이라 할 수 있다.

한 편의 시가 찻집을 열고 밥상을 차리고
한 편의 시가 마당에 울타리에 꽃을 피우고
한 편의 시가 돌 틈 호수 풀숲까지 먹여 살리는
그곳에 갈 때마다 오소소 몸살이 돋았다
시는 이렇게 미치는 것이라고
스며들고 번지는 것이라고
어디선가 중얼거리는 소리 들렸다
<옥천>, p.101.

“꽃눈과 눈꽃, 얼어붙은 몸과 몸이 안간힘으로 달아오른”(품는다는 것) 경계에서 ‘오늘도 무사히’ 경배의 하루를 살아내는 너와 나, 당신에게 “나 잘 있어, 살만해”(진눈깨비)라고 들려주고 싶은 말. 지극한 안부이자 저녁의 노래들이 이번 시집의 시편들마다 녹아 있다. “시는 이렇게 미치는 것이라고, 스며들고 번지는 것”이라고 시인이 어둑한 강가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3. 차례

제1부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저녁에 내리는 비
빈집
울컥

나무가 겨울을 나는 법
4월
명부전
눈물- 박용래와 김용재 시인의 소담笑談
노안
다행이다
콩 한 알
나에게 묻는다
파문

제2부

불멸의 사랑에 이르는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아라연꽃
화양연화
강풍주의보
호수
홍연紅緣
나도 꽃이다
아픈 사랑
다리 앞에서
배꼽
돌확
화엄사
무릎

제3부

오랜 경배의 하루가
석양에 집을 짓는다

품는다는 것
peace coffee
고바 데이시
저녁의 노래
쿠바
꽃잠
어미새
남매

졸복
숟가락
노년
어머니

제4부

나 잘 있어
살만 해!

봄은 멀어서
삼월 삼짇날
용눈이오름의 구절초
옥천-정지용
반성
섣달그믐
선물
나중엔 속까지 다
회식
섬진강
등 뒤의 시
진눈깨비 오는 날


4. 시인의 말

저녁 강물에 윤슬이 흐른다.
말을 아끼며 깊고 아득한 울림으로 반짝이는 물결의 노래를 듣는다.
그 안에 큰 산이 숨어 있다.

이번 시집의 지향이 저 강물과 같다.
그러나 참 어둑하다. 간절한 그리움으로 다가가야 할
서정을 위하여, 갈 길이 멀다.

시와 사진이 만났다.
사진의 묵향과 채색이 시에 머물기도 스치기도 하지만
각각의 시선으로 흘러 물결을 이루기를 기대해본다.


5. 시인 소개

함순례

1993년 ≪시와 사회≫로 등단하여 시집 '뜨거운 발', '혹시나',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를 냈다.
첫 시집 '뜨거운 발'은 2006 우수문학도서 선정, 두 번째 시집 '혹시나'는 2014 세종문학나눔도서 선정, 제9회 한남문인상 본상 대상을 수상했다. 2008년부터 <작은 詩앗 채송화> 동인으로 활동하며 연간 2회 무크지를 발간하고 있다.

6. 사진작가의 말

그림이 더하는 예술이라면 사진은 빼는 예술이다 시간과 공간이 멈추기 직전의 짧은 순간까지도 나는 뷰 파인더에서 무엇을 덜어낼지 망설인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느낌만 남은 그 곳에 내 생의 이력이 잠깐 머물다 간다.

7. 사진작가 소개

박종준

카메라를 손에 쥔지 15년이 흘렀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과 정기 전시회를 열며 문예지에 사진에세이도 싣고 있다. 사진은 카메라가 아니라 사람이 담는다. 사람과 사물, 그 곁에 긴 여백과 여운의 울림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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