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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칼럼】민선 7기 지자체의 ‘흥청망청’...눈을 부릅뜨자: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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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칼럼】민선 7기 지자체의 ‘흥청망청’...눈을 부릅뜨자

신수용 대기자(대표이사.발행인) | 기사입력 2019/06/10 [15:29]

【신수용 칼럼】민선 7기 지자체의 ‘흥청망청’...눈을 부릅뜨자

신수용 대기자(대표이사.발행인) | 입력 : 2019/06/10 [15:29]
신수용 대기자(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 대기자(대표이사.발행인)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이달 초, 대전 대덕구청의 고위간부의 귀띔 때문이다. 그의 첫 제보는 ‘대덕구청이 김제동이를 불러 강연을 듣고, 1550만원을 주기로 했으니 취재해보라’는 것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하고 답했다.

먼저 대전 대덕구청의 홈페이지를 여니 행사내용이 떠있다. 대덕구청과 김제동이 하는 청소년 아카데미라는 안내문이 게시되어있다. 그의 말대로였다.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 대상 등이 적힌 내용이다.

아는 다른 간부 공무원에게 물었더니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청공무원들은 대개가 아는 사실이라고 말해줬다. 그는 “이미 김제동측과 합의된 것”이라며 “90분 강연료로 1550만원을 주기로 했다”고 했다. 대덕구의회 관계자에 물었다. 그는 자신이 답할게 아니라며 여당출신 구의원을 바꿔줬다. 그는 그렇잖아도 야당의 몇몇 구의원들이 문제를 삼으려는 것 같다며 “혈세를 이렇게 막쓴다고 또 떠드는 게 아니냐”고 했다.

대덕구는 재정자립도 16%대로 재정상태가 열악하다. 대전 5개구청중 최하위다. 자체 수입으로는 대덕구청 공무원 월급도 겨우 줄 정도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2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문재인 정권과 코드가 맞는 방송인을 불러와 1550만 원을 주고 강연을 듣는다니 한심스럽다는 반응이다.대덕구의 해명은 더욱 기가 막힌다. 지난 행사 때 설문조사로 다음에 누구를 부를까 했더니 ‘김제동’이라는 답이 제일 많아서 초청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음이 덧붙인 내용은 주민정서와 거리가 있다.

대덕구 관계자는 ‘구비(區費)가 아니라 국비(國費)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고액 강사료를 나랏돈으로 주니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취지다. 또다른 관계자는 언론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 정부 공모 사업으로 선정된 혁신교육지구사업 예산(약 1억 5000만원)의 일부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논란을 빚다가 여론에 밀려 결국 행사가 취소됐다. 대덕구는 김 씨측과 합의됐던 계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취소됐으니, 그만이라면 곤란이다. 민선 자치시대 나랏 돈의 용처가 제대로 쓰이는 지 숙제를 남겼다.

여기만이 아니다. 충청권의 한 지자체는 또 매주 목요일마다 출입기자들에게 밥을 산다. 출입기자로 등록된 340명이 그 대상이다. 그날 지자체장의 정례브리핑이 끝나면 대변인이 인솔(?)해 구내식당이 아니라 주변 식당에서 밥을 사는 것이다. 보통 40명, 또는 그 이상의 기자들에게 한 주에 한 번씩 한 달에 4,5번씩 밥을 산다. 기자들은 지자체에서 밥을 얻어먹는다. 기자들에게 밥을 사는 담당자는 늘 당당하다. 당당하다 못해 “김영란법에 저촉이 안 되는 선에서 지자체 돈(카드)을 쓰는데 무엇이 문제냐. 나랏돈으로 기자들에게 밥사는게 무슨 문제냐‘는 것이다.

이 지자체는 마음에 맞는 언론에게만 광고를 준다. 광고를 주는 기준도 없다. 한 언론인이 이를 따지니 대변인 왈(曰), “내 맘이 기준”이라고 한단다. 지자체장이나 대변인에게 우호적인 ‘장학생언론’에게만 편중해 광고를 주는 게 지금 민선 7기의 일부 충청 지자체다. 밥을 얻어먹고 글을 쓰는 ‘기레기세상’이야 비판할 가치조차 없다.

오는 13일이면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치른 지 1주년이고, 내달 초면 민선 7기가 출범한 날이다. 작년 지자체장과 교육감, 지방의회는 태풍상황도 있었지만, 출범식을 간소화했다. 주민의 혈세를 아껴 쓰겠다는 취지였다. 그런 뒤, 1년을 맞은 지금 그들은 어떤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잘못 뽑았구나’하는 생각이 들만큼 엉터리가 많다. 복지다, 육성이다, 창출이다, 프로젝트다하며 마구 나랏돈을 뿌려댄다.

자체수입이 많지 않아 국가의 보조를 받는 대다수의 충청 지자체들의 이런 ‘내 돈 아니니 쓰고 보자’는 인식을 ‘내 돈아니니 아껴쓰자’라고 바꾸지 않으면 불행해진다. 그 짐들을 죄 없는 후손들이 고스란히 져야하기 때문이다. 지금대로면 2030년이면 그 짐이 후손이 부딪혀야한다. 청년과, 경력단절주부, 실버세대들에게 일할 자리를 만드는 일이 최고의 복지인 것이지, 별 희한한 수당을 주는 것이 최상은 아니다. 나랏돈으로 출입기자들에게 밥을 사고, 맘에 내키는 언론만 기준없이 혜택을 주는 엉터리 공무원들이 있는 한 풀뿌리민주주의 그늘은 희망이 없다.

스스로 벌어 운영하는 지자체 행정이어야지, 나랏돈으로 지자체를 운영하라면 누구인들 못하나. 내 돈 아니라 국가 돈으로 행사를 치르고, 자기편들에게 생색내기는 누가 못하겠나. 총무처 장관과 산림청장을 지낸 충청인 김용래 전 서울시장은 그래서 퇴임할 때 후배 공무원들에게 이를 경계했다. ‘공무원들은 사무실 종이 한 장도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 공복인 만큼 공직을 천직으로 삼아 근면 검소, 절약하면 나라는 부흥한다. 나랏돈을 아껴라. 그게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애국이다.’ 민선 7기 1주년을 맞은 오늘, 김 전시장의 말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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