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호의 일상칼럼] 어느 미국기업의 창립 60년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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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의 일상칼럼] 어느 미국기업의 창립 60년 행사
  • 조근호 변호사( 대전지검 전 검사장.부산고검 전 검사장) |
  • 승인 2019.06.0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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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행복마루대표변호사(대전지검 전 검사장. 부산고검 전 검사장. 법무연수원 전 원장)​
​조근호 행복마루대표변호사(대전지검 전 검사장. 부산고검 전 검사장. 법무연수원 전 원장)​

지난달 20일 미국 라스베가스 만달레이베이 호텔 이벤트 센터에는 5,000여명이 미국의 한 회사 창립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서 모였다. 

그 회사는 1959년 고교 동창 2명이 동업으로 시작한 회사였다. 60년 만에 5,000명이 모여 환갑 행사를 치를 정도로 거대 글로벌 회사로 성장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 회사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예상한 대로 이미 작고한 창업자 두 사람을 기리는 영상과 회사의 60년 역사를 회고하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회사의 도약과 비상을 상징하는 작은 모형 비행기의 비행이 이어졌다. 

여느 행사와 비슷하게 초대 가수도 나와 노래로 환갑잔치의 흥을 한껏 돋웠다.

이어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창업자 두 사람의 아들인 두 명의 공동 회장이 나와 창업자들을 회상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 중간에 아버지 세대인 연로한 연구소 소장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제는 과거의 추억에서 나와 현재를 이야기할 때다. 공동 회장 중 한 명이 20분간 이 회사의 현재에 대해 원고도 없이 열변을 토했다.

이제 미래를 이야기할 때다. 공동회장 앞에서 신임 대표이사가 60년 전과 완전히 바뀐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는 미래 전략을 자신감 넘치게 설명했다.

그는 핸드폰 세대이고 SNS 세대였다. 창업자들은 상상도 못 한 방식으로 사업을 발전시키겠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특별 순서가 마련된 것이다. 이 회사의 미래 세대 6명이 단상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토론을 한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창업주의 손자 세대 중 3명과 이 회사 파트너들인 젊은 사업자 3명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창업자 손주 세대를 5,000명 앞에 당당하게 내세운 것이 특이해 보였다.

그런데 정말 특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은 다음 순서였다. 원형 체육관 중앙 무대에 양쪽으로부터 수십명씩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두 편으로 나누어 서서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여러 세대가 섞여 있었다. 심지어 서너살 된 꼬마도 부모의 손에 안겨 있었다.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들은 창업자 두 명의 자손들이었다. 창업자 한명의 자손 30여명과 또 다른 창업자의 자손 30여명들이었다. 두 패밀리는 무대 중앙에서 서로 만나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였고 관중들은 환호로 화답하였다. 이 회사의 창립 60주년 행사는 이 장면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저는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좀 전에 본 장면에 대해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행사장에 참석한 누구도 제기하지 않은 의문이지만 저는 창업자 패밀리 60여명이 무대에 서서 회사 관계자들을 향해 인사한 장면이 너무도 특이하였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의 어느 그룹이 창립 60주년 행사를 하면서 창업자 패밀리 전원을 무대에 세워 그룹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게 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행사 기획 단계에서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어도 바로 폐기되었을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어느 대기업이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 1975년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창립 60주년이 되었을 때 빌 게이츠의 자손들을 무대에 세울 수 있을까. 잘 모르지만 아마도 쉽지 않은 일일 것치아. 창업자 빌 게이츠는 스캔들도 없고 자선활동도 많이 하는 이미지가 깨끗한 분이니 가능할 것도 같은데 선뜻 상상하기 힘든 것이 저만이 생각일까.

그런데 이 회사는 과감하게 창업자 두 사람의 패밀리들을 무대에 세웠다. 여러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패밀리 전원이 지난 60년간 이렇게 성장하도록 도와준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것이 첫 번째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 패밀리 중에 나올 미래의 회장들에게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것이 두 번째 의미였다.

더 나아가 이 패밀리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익 때문에 서로 싸우지 않고 지금 모습대로 화목하게 지내겠다는 서약의 의미도 있었을 것이고, 반대로 젊은 패밀리들에게는 욕심 때문에 패밀리의 전통을 배반하는 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의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그 행사를 참석한 지  20일이  지났다.그러나 아직도 창업자 두 명의 패밀리들이 무대에 함께 선 그 장면의 의미를 곱씹고 있다. 어떻게 그런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까. 동업이란 원래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창업자 두 명이 잘 경영하였고, 현재 대를 이어 2세들이 경영하고 있다. 경영진이 많은 이익을 내는 것만으로 이런 장면을 만들 수 없다.

5,000명이 창업자와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2세에 대해서는 존경과 찬사를 보낼 수 있지만, 그들의 가족, 나아가 어린 꼬마에게까지 박수를 보낼 때는 이익 이상의 가치가 있어야 했다. 창업주 두 사람 사이의 파트너십, 경영진과 직원들 간의 파트너십, 회사와 사업 파트너 간의 파트너십, 회사와 지역 사회 간의 파트너십,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다.

저는 한국에 돌아와 여러 기업인들에게 이 장면을 이야기하고 우리 기업도 이런 장면을 연출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회사 오너와 직원들 간에 불신과 반목의 골이 깊어 한국 기업에서는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래야만 할까? 이 장면은 실제로 미국의 어느 회사에서는 일어난 일이다. 저는 자본주의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이런 장면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勞)와 사(使)가 서로 전쟁을 하고, 오너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는 장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대한민국의 기업풍토를 이런 모습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이 회사도 지난 60년 동안 어찌 좋은 일만 있었을까. 그러나 허물을 덮고 이런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 장면이 한없이 부러웠다. 저도 자그마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2021년이 10주년이다. 과연 창립 10주년 행사 때 저희 가족을 행사장에 초대할 수 있을까. 지금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저희 가족을 초대할 만큼 지난 10년간 직원들의 존경과 찬사를 받는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 노력하여 2031년 창립 20주년 때는 저희 가족을 창립행사에 초대하여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경영자로서,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고 싶다. 이제 회사 경영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매출 얼마, 이익 얼마가 아니라 창립 20주년 행사 때 저희 가족을 떳떳하게 초대할 수 있는 것 일, 쉽지 않지만 도전해 보겠다.

▶필자 조근호

1959년 충남 서천출생. 대일고. 서울대 법대 1981년 사시 21회 합격. 서울 춘천.대구지검 검사 서울지검 형사 2부장. 서울지검 형사 5부장, 대검 검찰 연구관, 대구지검 2차장검사. 대검법죄 정보과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대검 공판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대전지검 검사장. 부산 고검 검사장. 법무연수원장, 법무벌인 행복마루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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