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트랙 파동,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가 만나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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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트랙 파동,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가 만나 풀어야
  • 송장길 / 언론인, 수필가
  • 승인 2019.05.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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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세력의 강성 정치에서 찬바람 느껴져

패스트 트랙 지정은 정치적 참사

선거제도개혁법안과 공수처설치법안의 안건신속처리제도, 패스트 트랙(fast track) 지정은 정치적 일대 참사였다. 진보와 보수로 갈린 한국정치에서 여권 카르텔로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제 1야당을 입법과정에서 물리적으로 따돌리는 시도 자체가 비정상적인 발상이었다. 더구나 의회 구성의 기초공사와 수사 권력의 재편 같은 민감하고 중요한 제도를 강제 입법하려는 기도는 여야의 대충돌과 파동을 부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대통령까지 시급하다고 촉구하는 추경예산안 등 민생법안의 심의를 목전에 두고 의회주의의 기본인 협상을 저버리고 독주를 강행한 것이다. 그 결과는 여야 대립과 정치지형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다. 자유한국당을 그토록 심하게 짓누르고서 토론의 장에 나오라고 하면 순순히 응할 수 있겠는가. 임팩이 기대되지 않는 청와대와 여당의 압박이고 레토릭에 불과하다. 여야 간 대치의 골은 깊이 파였고, 국회의 기능은 상당 기간 정체될 것이며, 대결의 정치는 심화될 것이다.

내년 4월의 총선까지 이어질 험준한 전선의 빌미로도 작용할 것이다. 여야의 현역 의원들이 무더기로 고발된 이번 사태는 뒷날 국회가 정상화된 후에도 그 후유증은 오랫동안 상처로 남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사보임과 전자결재, 회의장 변경 등은 법적인 하자를 피했다 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옳지 않고, 법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패스트 트랙은 원래 국제 통상의 협약을 복잡한 자국내 추인 과정에서의 지체를 피하기 위해 긴급히 원용한 제도로서, 큰 저항이 없는 경우에 많이 활용된 제도였다. 야권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두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부친 여권의 의도는 아무리 합리화로 포장하더라도 법철학을 도외시한 낮은 계책이었고, 민주적이지 않았다. 좁은 빈틈을 이용한 편법이자 담합이었기 때문이다. 국회 선진화법과 패스트 트랙의 기본 정신은 제 1야당을, 또는 소수를 제압하기 위해서 제정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장치를 마련하므로서 의회정치에서 폭력을 배제하고, 긴급한 의안을 처리할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둔 의도였다.

이제 동물 국회는 부활했고, 일방통행의 전례를 남겼으므로 국회 선진화법과 패스트 트랙은 멍이 깊게 들어 사실상 사문화의 처지가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 트랙 지정후 승리감으로 자축했고, 청와대에서도 반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공수처법안과 수사권 조정을 주도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조국 민정수석은 SNS를 통해 그런 속내를 내비쳤다. 과연 그렇게 축배를 들고 기뻐할 일일까? 우선 한국당이 결사투쟁의 결의로 거리로 뛰쳐나가므로서 국회는 정상화의 기약없이 마비상태에 들어갔다. 한국당에게 민생을 챙기기 위해 의회로 돌아오라는 여권의 압박은 공허한 산울림에 불과하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 앞 장외집회에서 “죽을 각오로 투쟁하겠다, 두드려 맞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말 피를 흘리겠다’고까지 장렬한 투지를 토해냈다. 한국당 의원6명은 삭발 시위까지 벌였고, 대표가 이끄는 시위는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을 도는 항의 및 민생 투어를 계속한다. 여권이 폄하하는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은 결코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 소멸될 일과성도 아닐 것이다. 야권이 결사항쟁을 내걸고 장외로 나선 것은 문재인 정권에서는 처음이고, 여야 간의 치열한 충돌의 시작이며, 그 고압권의 진로가 심상치 않다. 집권 민주당 내부에서도 검찰 출신인 금태섭, 조응천 의원 등이 공수처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고, 다른 간부들도 물밑에서 동조하는 부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수사권조정법안에 반대하므로서 검찰의 집단 불만이 크게 웅성거리고 있다. 문무일 총장은 4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곧 자세한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부 숙의를 거쳐 검찰의 집단적인 반대 기류를 모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을 회유하기 위해 청와대와 여권의 강도 높은 압박과 회유가 예상되지만, 검찰은 검찰권의 축소에 쉽게 동의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조국 민정수석은 법안처리는 국회의 몫이라지만, 다 알고 있는 그런 압박은 들끓는 검찰의 반발을 잠재우기에 설득력이 약하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사보임으로 촉발된 내분이 봉합되기 어려울 정도로 격화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반대입장을 보이는 최고위원을 경질했지만, 유승민 의원등의 저항은 안철수 전 대표를 끌어들일 경우 거의 분당 수순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안철수계 의원 등 반대의견이 11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나 손 대표 체재의 지도력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

공천문제가 정당지원금보다 비중이 높게 인식될 때 분당은 현실화 된다. 내년의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공천 문제가 뜨거워지면서 선거제개혁도 큰 진통에 휩싸일 것이다. 선거구 조정과 공천 경쟁이 맞물려 내홍이 들끓을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 패스트 트랙을 탄 선거제와 공수처, 수사권 조정안이 직면한 가감없는 현실이다. 지정된 법안을 330일 안에 처리하도록 강제화가 명시됐지만 이해충돌이 극심하게 일어난 만큼 그 처리 전망도 안개 속에 싸인 형국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물론 선거제와 공수처법안을 패스트 트랙에 태워 그 개혁의 가능성에 한 발 내디딘 일과 소수 3당을 우군화한 전술, 청와대의 노선을 밀어부친 진군, 한국당을 코너로 몬 작전을 성과로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단견보다 실점이 더 커 보임을 간과하면 안 된다. 보수의 결집을 자극한 효과와 법안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높인 점도 부담이다. 국회 폭력의 재등장과 파행의 책임을 한국당에 떠 넘기려 하지만 근원적인 책임은 패스트 트랙의 강행에 있음은 쉽게 알 수 있는 상식이다. 이런 요인들은 쌓여서 민심이반으로 나타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사회 원로들과의 대화에서 적폐청산은 살아있는 있는 수사라 어쩔 수 없다면서 선 청산 후 협치를 밝혔다.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들이 떠받치고 있는 정권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방향이겠지만, 민주세력의 정권이라는 성격과 국가 운영이라는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맞지 않다. 국민 통합을 우선하는 개혁은 위험하다. 신뢰감에 의혹이 제기되는 여론조사나 대중의 지지만 믿고 화합의 길을 외면하면 커다란 정치적 재앙을 부를 수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여야가 패스트 트랙으로 대치하고 있을 때 제 1야당인 한국당의 원내 대표에게 반말로 “너 나한테 혼나볼래?”라고 겁주는 식의 언어를 사용했다. 이 대표는 또 자신은 이제 정치를 그만 할 입장이니 야당의원들의 불법을 자기 이름으로 반드시 고발하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런 정치행위의 온당성은 고사하고라도 여당 대표의 책임성과 언어의 비속함을 지적하는 소리가 높다. 그는 사인이나 진영의 인사가 아니고 영향력이 높은 정권의 2인자라는 공인임을 망각한 듯하다. 이 대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정치를 그렇게 시작하면 안 된다고 매도한 일이 있는데, 집권 여당의 대표가 벌이는 강성 정치는 과연 옳은 방법인지 의구심이 간다. 또한 그의 언어에서 집권세력의 강성이 나타나고 있는 듯해서 찬 바람이 느껴진다.

한국당은 패스트 트랙 파동으로 강한 투쟁 동력을 얻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수세력의 응집이 보이며, 황교안 지도체재의 확립도 눈에 띈다. 그러나 거리 정치는 하나의 극한 투쟁 방식이다. 타협이 불가할 때 상대를 압박하는 강한 수단이다. 패스트 트랙이 야당을 시민 속으로 몰았다고 해도 한 쪽에만 올인하면 피사의 사탑이 된다. 스스로 대안정당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여당을 심판하고, 저지하는 일에 더하여 자체의 노선과 정책도 내놓아야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지금 한국당에는 정부 여당이 받아들일 전략과 대안의 제시가 보이지 않는다. 패스트 트랙 지정과 경제적 실족의 시정, 남북문제와 국가정체성의 우려 등 한국당이 제기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를 내놓아야 한다. 이런 출구 전략을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의 영수회담도 하나의 방책으로 유익할것이다. 

필자 송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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