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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서 칠천 리 바이칼 호: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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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서 칠천 리 바이칼 호

소설 <유정>의 무대 '바이칼' (2)

이정식 / 언론인 | 기사입력 2013/12/03 [08:23]

고국서 칠천 리 바이칼 호

소설 <유정>의 무대 '바이칼' (2)

이정식 / 언론인 | 입력 : 2013/12/03 [08:23]

 

▲ 바이칼 호숫가의 소나무

소설은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석이 편지를 쓴 곳은 바이칼 호수 변, 어느 부랴트 족의 민가다. 부랴트 족은 바이칼 호수 일대에 사는 러시아의 소수민족. 몽골족의 일파로 생김새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은 편지의 서두이다.

믿는 벗 N형!
나는 바이칼 호의 가을 물결을 바라보면서 이 글을 쓰오. 나의 고국 조선은 아직도 처서 더위로 땀을 흘리리라고 생각하지마는 고국서 칠천 리 이 바이칼 호 서편 언덕에는 벌써 가을이 온 지 오래요.
이 지방의 유일한 과일인 ‘야그드’의 핏빛조차 벌써 서리를 맞아 검붉은 빛을 띠게 되었소. 호숫가의 나불나불한 풀들은 벌써 누렇게 생명을 잃었고 그 속에 울던 벌레, 웃던 가을꽃까지도 이제는 다 죽어 버려서, 보이고 들리는 것이 오직 성내어 날뛰는 바이칼 호의 물과 광막한 메마른 풀판뿐이오. 아니 어떻게나 쓸쓸한 광경인고.
남북 만 리를 날아다닌다는 기러기도 아니 오는 시베리아가 아니오, 소무나 왕소군이 잡혀 왔더란 선우의 땅도 여기서 보면 삼천리나 남쪽이어든······. 당나라 시인이야 이러한 곳을 상상인들 해 보았겠소?

이러한 곳에 나는 지금 잠시 생명을 붙이고 있소. 연일 풍랑이 높은 바이칼 호를 바라보면서 고국에 남긴 오직 하나의 벗인 형에게 나의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소.
지금은 밤중. 부랴트 족인 주인 노파는 벌써 잠이 들고 석유 등잔의 불이 가끔 창틈으로 들이쏘는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소. 우루루 탕하고 달빛을 실은 바이칼의 물결이 바로 이 어촌 앞의 바위를 때리고 있소. 어떻게나 처참한 광경이오······.

최석의 목적지는 바이칼 호수였다. 그는 거대한 바이칼 호수의 출렁이는 물결이 보이는 곳에서 서울에 있는 자신의 유일한 벗 N에게 그간의 진실을 밝히는 편지를 쓴다.
그 바이칼은 조선에서 7천리 즉 2천 8백킬로미터나 떨어진 아득하게 먼 곳이다. 묵고 있는 민가가 있는 곳이 바이칼 서편 언덕이라고 하니 이르쿠츠크와 가까운 곳이면 리스트비얀카나 그 인근 쯤 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최석은 “소무나 왕소군이 잡혀 왔더란 선우의 땅도 여기서 보면 삼천리나 남쪽이어든---”이라고 했다. 선우는 흉노의 우두머리. 선우의 땅이란 흉노의 땅이니 지금의 몽골을 포함한 만리장성 이북의 광범위한 지역을 일컫는다 하겠다.
소무는 중국 전한(前漢) 때의 명신으로 선우에게 붙잡혀 복종할 것을 강요당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아 북해(바이칼) 부근에 19년간 유폐되었던 인물이다.
왕소군은 서한 원제(元帝)때 흉노와의 친화정책을 위해 흉노의 왕 호한야 선우에게 시집간 궁녀인데 중국 4대 미인의 하나로 일컬어지고 있는 여인. 미인임에도 불구하고 궁정의 화공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추하게 그려지는 바람에 흉노에게 보내지게 되었다. 황제가 그림을 보고 그 중 미색이 빠지는 궁녀를 보내기로 했던 모양이다. 원제는 왕소군을 보내기로 결정한 후에야 그녀의 뛰어난 미모를 알게 되었다. 그녀가 떠난 뒤 화공들은 원제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전설같은 이야기다.
(주: 위 편지의 내용 중에 ‘이 지방의 유일한 과일인 야그드’ 란 대목이 있다. 그런데 야그드는 과일인가? 야그드는 시베리아 산야에서 여름철에 나는 작은 야생 식용 열매의 총칭이다. 직경 5-6밀리 정도 되는 빨강 또는 감청색을 띄는 작은 열매인데 8월 중순께부터 나온다. 그냥 먹으면 신맛이 나며 대개 훝어 모아서 잼을 만들어 먹는다.)

▲ 바이칼 호수의 여객선

바이칼은 그렇게 선우의 땅보다도 삼천리나 먼 북쪽에 있건마는 최석은 평소에도 바이칼 호를 그리워했다. 소설 속의 최석은 그곳에 갔던 적은 없다. 바이칼 호를 그리워한 소설속의 최석은 젊어서 이 지역을 여행했던 작자 이광수일 것이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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