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당시보다도 뒤쳐진 국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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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당시보다도 뒤쳐진 국가정책
  • 강희복 경제칼럼 / 시장에서 온 편지
  • 승인 2013.11.2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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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둘러봐도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분이 바로 세종대왕이다. 그러니 이 시절과 현재의 행정을 비교하는 것이 무엄할 것이다. 누구나 세종대왕하면 한글 창제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고 측우기와 같은 과학의 창달도 더러는 생각하면서 그 위대성을 찬탄할 것이지만, 이 모든 업적이 세종대왕의 ‘안민(安民)’ 철학에서 나왔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뛰어난 업적이 있기 마련인데, 그 하나가 세금에 관한 것이다.

세종대왕은, 세금 부담이 공평하지 않고, 국민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그 개혁을 추진하였다. 공법(貢法)의 제정인데, 이를 추진하는 과정은 당시까지 세계의 유례가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우수한 관료들에게 연구하여 좋은 안(案)을 만들게 한 다음 이를 여론조사에 넘겼다. 얼마 전 통계청장이 언론에 기고한 글(서울신문 2013. 8. 29. “국가통계를 만드는 숨은 공로자들” 참고)에 따르면 당시 인구의 1/4인 172,806명에게 5개월 동안 의견을 조사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찬성이 57%로 우세했지만 반대의견을 고려해서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였고, 결국 시작부터 17년이 지나서야 결론(이데일리 2013. 8. 26. “세종의 공법(貢法), 박근혜의 세법(稅法)” 참고)을 얻었다.

 광화문 근처에 가면 국세청의 조세박물관(http://www.nts.go.kr/museum/)이 있다. 여기서도 공법(貢法)은 우수한 조세제도로 전시하고 있다.

▲ 조세박물관 "우수한 조세제도"

이러한 자료들을 바라보면서 절로 한숨이 나온다. 세종대왕의 시절에 있었던 국가정책에서 느껴지는 국민을 향한 열정이랄까 진정성을 오늘날에는 전혀 발견하기 어렵지 않은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초연금제의 시행을 보자! 지난 9월 26일에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제의 시행 방안을 소상히 밝혔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 등이 많은 논의를 거쳐서 모든 어르신이 아니라 소득 상위 20~30%는 제외하는 기초연금 지급방안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 이 기초연금 방안은 현재의 재정상황과 세대 간 형평,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서 비교적 경제적 형편이 나은 30%의 어르신들을 제외한 것이며, …… 정부는 기초연금 대상자의 90%인 353만명이 20만원을, 그리고 나머지 10%의 대상자분들은 10~19만원까지 지원받도록 예산을 편성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조세 수준과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찾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요약하면 이렇다. ‘기초연금을, 국민에게 약속한 것과 같이, 어르신 전부에게 꼭 지급하고 싶다. 그러나 세입이 부족하다. 전부에게 지급하면 후세가 짊어질 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서 상위 소득자의 일부를 끊었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기초연금제도가 도대체 얼마나 중요하기에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대통령 직속의 국민행복연금위원회와 국민대타협위원회가 이를 논의하는가? 이 제도 도입은 복지제도의 분수령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국가가 국민 가운데 어려운 계층만을 보호하는 선별적 복지였다면 기초연금은 바로 보편적 복지로 넘어가는 획기적 발전이다. 이 발전이 이번 예산으로 중도에 멈추었다. 시작과 달리 보편적 복지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이런 중대한 의미의 변질이 예상되는 정책의 결정에서 국민이 모두 납득하는 절차와 설명이 한참 부족하지 않았을까? 세종대왕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는 정보통신의 발전을 지금 이용하면 그 당시 17년 걸리던 열정을 현대 행정에 반영하는데 불과 서너 달이면 충분할 것이 아닐까? 그러면 국민의 전체가 어떤 의견을 표현할 것이고 이를 반영하는 정책이 성립되어 모두가 만족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재정지출 구조를 어떻게 바꾸어서 복지지출을 지속가능하게 가져가야 한다든지, 재정수입을 어떻게 가져가서 건전 재정을 실현해야 한다든지 하는 의견들을 국민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우수한 관료나 학자만의 지식으로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살아있는 정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왜 이런 현장의 반영이 세종대왕 때도 현재도 중요한가? 최근 한 언론은 “100조 복지도 막지 못한 25년 병치레 父子의 비극”을 사설(동아일보 2013. 11. 21.)로 한탄하였다.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만 중앙의 소수 관료나 학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라고 본다. 국민의 이런 아픈 사례를 모두 고민하는 그래서 정성어린 정책이 성립되도록 노력하고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보편적 복지 이전이라도 정성어린 복지정책이 자리 잡도록 노력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 비단 복지정책만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시스템이 전자정부에서 구현되는 날을 기대한다. 세종대왕의 슬기가 오늘날에도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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