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를 가든 화폐를 잘 들여다보면 몇 가지 숨겨진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그려진 인물이나 풍경 혹은 시설이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달러 지폐에 나오는 인물이 미국의 역사적 인물이며, 시설은 미국 역사의 산실이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1,000원권에는 퇴계 이황, 5,000원권에는 율곡 이이, 10,000원권에는 세종대왕, 50,000원권에는 신사임당이 그려져 있다. 이 역사적 인물은 한민족의 문화를 대표하여 뽑혔다. 화폐에 등장하는 명륜당, 오죽헌, 혼천의 등도 마찬가지로 역사적 유물이다. 다른 하나는 화폐 디자인 안에 조각가의 ‘사인(sign)’이 숨어들어간 이야기였다. 1983년 6월 11일에 발행된 <나 1,000원권>에 조각가의 이름을 뜻하는 “min”이란 글자가 숨어 들어갔다. 조각가 잉그레이버인 민병휘 씨가 본인의 이니셜을 암호처럼 교묘하게 삽입시켰다. 처음엔 아무도 몰랐다. 이 사실이 몇 년이 지난 후 수집가들에 의해 밝혀졌다. 선진 유럽국가들에서 허용되는 것이지만 우리에서 금지된 것인데 이를 어긴 것이었다. 예술인이 자기의 작품이라는 것을 얼마나 남기고 싶었을까! 조폐예술의 잔치인 아트 페어를 통해 예술가 기량을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를 준 것은 이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을까!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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