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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쪽은 과적 차량을 단속하는가?: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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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쪽은 과적 차량을 단속하는가?

남과 북의 차이 실감한 북한 김달현 경제 부총리 방문 수행 일화

강희복 경제칼럼 / <시장에서 온 편지> | 기사입력 2013/11/20 [15:28]

왜 남쪽은 과적 차량을 단속하는가?

남과 북의 차이 실감한 북한 김달현 경제 부총리 방문 수행 일화

강희복 경제칼럼 / <시장에서 온 편지> | 입력 : 2013/11/20 [15:28]

북한 김달현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발전을 배운다는 취지로 공식 방문하는 북한의 첫 최고위 경제관료이었다. 그는 우리나라 최각규 경제부총리의 초청으로 1993년 7월 15일부터 25일까지 한국을 방문하였는데, 경제기획원의 제1협력관으로 일하면서 나는 그를 수행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 당시의 일화를 나는 두고두고 되뇌고, 여러 모임에서 소개하기도 하였다. 왜나 하면 우리 속담에 ‘욕하면서 배운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북한의 경제상에 대해 실망하고 욕하면서도 자꾸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 사진설명: 북한의 김달현 부총리(오른쪽),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가운데), 강희복(왼쪽), 1993년 7월.

최각규 부총리는 7월 19일의 공식만찬 석상에서 김달현 부총리에게 북한 경제에 대한 조언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였는데, 그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金부총리, 그리고 손님 여러분. 남과 북의 경제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인 이 기회에 잠깐 우리남쪽의 경제개발경험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50년대까지의 남쪽 경제사정은 말 그대로 빈곤과 폐허였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60년대 초 이래 경제개발계획을 수립•실천하여 왔으며 그 개발전략은 「경쟁」과「개방」을 통한「성장」이었습니다. 「경쟁」을 통하여 우리는 국민 각자가 마음껏 창의를 발휘하고 또한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는 市場경제체제를 구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가는 모험적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을, 근로자는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근로의욕을, 소비자는 절약하고 저축하는 미덕을 키워나가게 됐습니다. 또한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로서는 수출주도의 고도성장을 통하여 짧은 기간 내에 산업화를 이룩하여야만 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기업인들은 해외시장을 찾아 전 세계를 누볐으며 아울러 우리 시장도 외국에 개방하여 그들과 경쟁하면서 배우는 기회를 얻도록 하였습니다.”

이 만찬사에는 북한이 배워야 할 우리 경제발전의 중대한 경험을 담았다. 하지만 이를 김 부총리 일행이 알아들었는지는 미지수이었다. 김 부총리는 경부고속도로를 내려가는 동안 나에게 가볍게 물었다. 본인은 사소하고 가벼운 의문이라고 보고 지나가듯 질문하였겠지만 나는 그의 질문을 듣고 이때다 싶어 힘껏 대답하였다.
그의 질문은 “왜 고속도로에 ‘과적금지(過積禁止)’라는팻말이많으냐?”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는 “과소적재(過少積載)를 금지한다.”라고 말하였다. 나는 “시장경제와 소유가 인정되느냐에 따라 남과 북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라고 말하고, “남쪽에서는 누구나 많이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그래서 과다적재(過多積載)도 서슴지 않는데, 이것이 도로를 망치고 교통사고를 유발하므로 금지하고 단속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북쪽에서는 계획경제이고 소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누구나 열심히 일할 동기가 없으므로 적게 일하는 것, 즉, 과소적재(過少積載)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문제는 체제를 비교하는 것이므로 더 이상 토론이나 대화에 진전은 없었다. 하지만 남과 북의 경제가 왜 이렇게 날이 갈수록 차이가 커지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명확하였다.

그는 또 다른 기회에 나와 둘이서 있는 자동차 안에서 약간의 취기를 핑계로 “세상의 모든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하지 않는다. 다만 특별한 경우 그렇게 되는데, 남이 북을 돕는다면 그런 변화가 가능하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아마도 그가 여러 남측의 요인들과 만나면서 남쪽의 시원스러운 지원을 바랐지만 분명하게 얻은 것이 없어서 그런 소회가 나온 것으로 느꼈다. 예를 들어 그는 북한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남쪽이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요청도 꺼냈지만 이를 오케이 할 사람은 남쪽에 없었다. 나는 그에게 “남쪽의 지원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경제체제를 시장경제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래야만 남쪽의 투자가 북쪽으로 흘려 들어갈 것”이라고 정책 우선순위를 바꾸도록 건의하였다.

이 일화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다름 아니라 우리 경제사회의 진행이 날이 갈수록 시장경제가 엷어지고 계획경제가 더 많아지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나 의심이 드는데, 이를 더 늦기 전에 돌려세우고 싶다. 북한 김달현 부총리에게 하였던 충고를 이제는 우리 스스로에게 하여야 하지 않을까! 남과 북의 두 경제체제의 중대한 차이는 정부의 개입이 얼마나 심각하냐에 달렸다고 본다. 요사이 지구 상에 어느 일방만 존재하는 국가는 없다. 혼합경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고 본다. 공기업이 차지하는 국민경제의 비중이 커지고, 규제는 끊임 없이 복잡화하고 있다. 정부 공무원과 재정 규모도 커지고 있다. 그러면 결국 우리도 과소적재를 단속하는 감시자가 많아지고 정작 일하는 사람은 시장에서 적어지는 쇠퇴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의 동력이 줄어들고 젊은이가 미래의 희망을 찾기 어려워지는 이유는 여기서 비롯한다고 본다. (필자: 시장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 조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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