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미술 - 페로프의 19세기 사회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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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미술 - 페로프의 19세기 사회풍속도
  • 이정식 작가
  • 승인 2019.04.2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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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술의 보물창고,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3)
▲ 트로이카, 페로프, 1866년 작

트로이카

트로이카는 러시아어로 숫자 3을 의미하지만 흔히 삼두마차 즉 세 마리의 말이 끄는 러시아 특유의 썰매나 마차를 뜻한다. 3인조를 의미하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초상화를 그린 바실리 페로프(1834~1882)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트로이카’(1866년 작)다. 트로이카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17호실의 도스토옙스키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같은 벽면에 붙어 있었다. 10세 전후의 세 어린이가 추운 겨울날 아침에 힘겹게 물통을 끌고 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뒤에서 아이들의 아버지인지도 모를 어른 하나가 온 힘을 다해 물통 수레를 밀고 있다.

19세기 중반 러시아 민중의 힘든 삶을 그리고 있는 그림이다. 당시의 화가들은 시대상을 그리는 것을 예술가의 사명으로 알았다. 이 그림 역시 차르 치하 도시빈민의 한 모습을 담고 있다. 힘겨워 보이는 아이들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들지 않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림이 그려진 1866년은 알렉산드르 2세에 의해 농노해방이 선포된지 5년 후이다. 농노해방으로 농민들이 이전처럼 지주의 소유물 취급은 받지 않아도 되었지만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많은 농노들이 도시로 나왔으나 도시 빈민의 수효만 불릴 뿐이었다.

그림 속의 어린이들이 도시로 이주한 이전 농노의 아이들인지, 원래 도시에 살던 빈민가의 어린이들인지는 알 수 없다.

▲ 망자의 이별, 페로프, 1865년 작

망자의 이별

그런가 하면 페로프가 한해 전에 그린 ‘망자의 이별’(1865년 작) 속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된다. 전시실의 ‘트로이카’ 옆에 걸려있다. 국내 책자에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여행’등으로 번역되어 있기도 한데, ‘망자의 이별’이 원어에 가까운 번역이다. 이 그림은 추운 겨울날 죽은 아버지를 매장할 곳을 향해 관을 실은 허름한 말썰매를 타고 가는 어린남매와 어깨가 축 쳐진 아이들 엄마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두 남매를 데리고 살아가야할 앞날을 생각하면서 깊은 근심 속에 남편을 매장하러 가는 엄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 앞을 쳐다 볼 여유도 없다.

▲ 상잉의 집에 도착한 가정교사, 페로프, 1865년 작

상인의 집에 도착한 가정교사

페로프의 작품 ‘상인의 집에 도착한 가정교사’(1865년 작)도 당시의 사회 풍속도다. 돈 많은 상인의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는 가냘픈 젊은 여성이 거드름을 피우며 문 앞에 서있는 비싼 비로도 가운을 입은 뚱뚱한 상인 앞에 주눅이 잔뜩 든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야단맞는 학생처럼 서 있다. 당시에는 몰락한 귀족의 자녀나 고학생들이 부유한 상인집 등에서 가정교사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귀족의 사생아로 태어난 페로프는 소외된 러시아 민중의 삶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고 그것을 그의 많은 화폭 속에 담았다. 그는 당시 예술가의 사명에 충실했던 작가였다. 그는 도스토옙스키가 죽은 다음해인 1882년 48세로 생을 마쳤다. 도스토옙스키의 초상화를 그린지 10년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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