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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술의 보물창고, 모스크바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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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술의 보물창고, 모스크바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1)
  • 이정식 작가
  • 승인 2019.04.18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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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삼엄한 러시아 미술관 검색대

러시아 미술의 진수들이 전시되어 있는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 2019년 4월 6일 (토), 20분 전쯤 도착했지만 관람객들의 줄이 이미 담밖으로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 미술관은 줄을 서서 티켓을 산 후 들어가는 게 아니고 줄을 서서 검색대를 통과한 다음에 티켓을 사도록 되어 있었다.

검색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검색대는 공항 등에서 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검색대를 통과하니 들고 간 트렁크를 열어보라고 했다. 귀국하는 날이어서 드렁크를 가지고 갔었다. 이전에는 검색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검색을 철저히 하는 듯 했는데 이유가 짐작은 되었다.

한 해 전에 이 미술관에서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2018년 5월 이곳에 전시되어 있던 일리야 레핀(1844~1930)의 유명한 작품인 ‘이반 뇌제와 아들‘을 한 술취한 30대 남성이 금속막대봉으로 훼손을 해서 난리가 났었다. 취객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관람객 접근 방지용 금속 막대봉으로 작품을 내리쳤다. 그 바람이 작품이 3곳 이상이 찢어졌다. 불행중 다행으로 그림 속 이반 뇌제의 얼굴과 손 부분은 손상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그림은 레핀의 1885년 작으로 러시아 미술사에서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사실주의 회화의 세계적 걸작으로도 꼽힌다.

범인은 처음에는 술에 취해 저지른 짓이라고 진술했으나 나중에 법정에서는 진술을 바꿨다. 술에 취해 그런 것이 아니라 이반 뇌제(1530~1584)가 황태자를 때려 숨지게 한 사실을 그림으로 그려 걸어놓으면 외국인들이 러시아의 대제를 뭐라고 여기겠느냐면서 그걸 막기 위해 자신이 그렇게 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1913년에도 정신병을 앓고 있던 사람의 공격을 받았으나 당시에는 레핀이 살아있어 그가 직접 복원을 했다.

▲ '이반 뇌제와 아들' - 일리야 레핀 (1885년 작)

이반 뇌제는 역사상 폭군으로 유명한 제정 러시아 최초의 차르다. 성질이 나빴던 그는 1581년 어느날 임신한 황태자비의 옷차림이 단정치 않다고 마구 때려 며느리가 유산을 하게 만들었다. 이에 황태자 이반이 아버지에게 항의하자 차르는 불같이 화를 내며 평소 짚고 다니던 지팡이로 아들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들이 얼굴에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반 4세는 아들을 부둥켜 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아들은 결국 3일 후 죽고 말았다.

3년후 차르가 죽고 둘째 아들 표도르가 황위를 계승했으나 병약했던 그는 후사 없이 죽고 말았다. 그후 오랫동안 혼돈의 시대가 이어졌다.

일리야 레핀은 이러한 역사의 이야기를 소재로 ‘이반 뇌제와 아들’을 그렸다. 그림 속에서 이반 뇌제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아들을 끌어안고 정신없는 눈빛으로 허공을 쳐다보는 표정 묘사가 일품이다. 매우 생생해서 보는 이들을 전율케 한다.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의 명작중 하나인데, 복원을 위해 옮겨 놓는 아쉽게도 바람에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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