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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된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아파트
이정식 / 언론인  |  webmaster@sejong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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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9  10: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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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이 된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아파트
   
▲ 아파트 박물관 입구

박물관이 된 아파트

도스토옙스키가 세상을 떠난(1881년 1월 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쿠즈네치느이 길 5번지 아파트의 살림집은 지금 박물관이 되어 방문객을 맞고 있다.

아파트 박물관으로 가는 길 입구에는 금빛 돔을 가진 러시아 정교회의 블라디미르 성당이 있다. 도스토옙스키 가족이 다니던 성당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숨을 거두기 전에 받은 종부성사도 이 성당의 사제가 와서 했다. 성당 가까운 곳에는 아담한 도스토옙스키 동상이 있는데 모스크바 레닌국립박물관 앞이나 스타라야루사의 동상처럼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앉아있는 자세다. 도스토옙스키 동상의 모양은 어디나 대개 비슷하다. 허리 펴고 서 있는 자세의 동상은 유형생활을 한 시베리아 옴스크의 것이 유일하지 않은가 한다. 옴스크의 동상은 걷는 모습이다.

박물관으로 연결되는 길은 폭이 넓지는 않지만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식 개념의 골목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박물관으로 가는 인도 위에는 과일과 야채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나는 여름과 가을에 이곳에 갔으므로 두 계절의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겨울과 봄에도 비슷할 것 같다.

박물관이 들어 있는 베이지 색의 석조 아파트 건물은 2백년이나 된 것임에도 그렇게 오래된 건물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건물은 삼거리 모퉁이에 있다. 얼핏 보면 4층으로 보이는데 반 지하를 한 층으로 보면 5층짜리 건물이다. 도스토옙스키 가족은 이 아파트 2층에서 살았다.

건물 2층의 창문과 창문 사이 벽에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가 이곳에서 1846년에, 또 1878년부터 임종일인 1881년 2월 9일까지 살았다. (2월 9일은 현재 쓰는 그레고리력의 날짜. 제정러시아의 구력인 율리우스력으로 사망일은 1월 28일) 여기에서 소설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집필했다’고 새겨진 아담한 대리석 석판이 붙어있다.

박물관 입구는 건물 귀퉁이에 있는데, 아래로 연결된 계단으로 반 층 쯤 내려가야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티켓 카운터와 외투 등을 보관하는 곳이 나온다. 아파트 박물관은 그곳에서 실내의 좁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는데 계단과 계단 중간에 기념엽서와 서적 등을 파는 간이 판매대가 있다.

박물관은 도스토옙스키 가족이 살던 2층의 살림집과 그의 사후 박물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들인 추가 전시 공간으로 이뤄져있다. 추가 전시 공간에는 주로 사진과 그림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 도스토옙스키의 서재

동영상 촬영은 안돼요

추가 전시공간에 들어갔을 때 내가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으려니까 일행을 안내하던 러시아인 해설사가 안된다고 저지한다. 스틸 사진은 가능하지만 동영상은 안된다는 것이다. 스틸 사진이고 동영상이고 실내 사진을 일체 못 찍게 하는 야스나야 폴랴나의 톨스토이 저택 박물관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톨스토이 저택 박물관에서 사진을 못찍게 하는 이유는 톨스토이와 가족들의 초상화, 그림, 서적, 침대, 소파, 책상 등 전시물들이 거의 당시의 진품이기 때문이어서 그렇다는 것인데, 얼른 이해는 안됐다. 관람객들이 사진 찍느라고 부산을 떨다가 전시물이 손상될까봐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또다른 톨스토이 집 박물관인 모스크바의 하모브니키 저택에서는 내부 촬영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사진 촬영에 따른 요금을 별도로 냈다. 러시아의 박물관 가운데는 내부 촬영을 허용하더라도 사진 촬영에 따른 요금을 추가로 받는 곳이 많다.

   
▲ 도스토옙스키가 쓰던 담배 박스와 딸 류보피의 글씨

도스토옙스키의 답배 박스

살림집 공간으로 들어가면 도스토옙스키가 쓰던 모자와 우산 등이 전시되어 있는 입구와 장난감 말 등이 전시되어 있는 아이들 방, 살림 메모와 주판, 속기 노트 등이 전시되어 있는 안나의 방과 식당이 차례로 나온다. 그리고 식당과 서재 사이에 있는 거실로 가면 조명이 비치는 테이블 위에 타원형의 노란색 담배 박스가 놓여있다. 여기에 딸 류보피가 도스토옙스키 사망 직후 쓴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있다.

“아빠가 죽었다. 1881년 밤 8시 45분”

실제 공식적으로 죽은 시각은 8시 38분으로 되어있다. 서재 안의 시계도 8시 38분에 맞춰져있다. 서재는 맨 안쪽에 소파가 있고 그 앞에 책상이 창문을 마주하고 놓여있다. 소파는 도스토옙스키의 침대이기도 했다. 푸시킨처럼 도스토옙스키도 소파에서 숨을 거뒀다. 당시 사람들은 소파를 침대 겸용으로 많이 사용했다. 소파 위의 벽에는 도스토옙스키가 좋아했던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성모’ 중 성모가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부분만을 흑백으로 그린 복제품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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