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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은 아직도 캠핑 중
송장길 / 언론인, 수필가  |  webmaster@sejong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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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3  22: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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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국민의 정치훈련과 정치화는 다르다. 정치적 훈련은 자습적이고, 축적된다. 국민들의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각성에 의해 쌓이고 높여지는 정치문화현상이다. 고급화될수록 나라의 품격이 올라가고, 국가 운영을 통합의 메카니즘으로 이끌어 사회를 발전시킨다. 민도로도 나타난다. 그러나 전 국민의 정치화는 대중몰이를 하는 주체가 있고, 대개 큰 혼란을 동반하므로 국가적으로 위험하고, 막대한 비용도 낳는다.

국민 정치화의 대표적인 예가 히틀러의 나치와 모택동의 홍위병이 부른 국가와 인류의 대재앙이었다. 권력욕이 그 배경에 도사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이 들고일어난 많은 정치적 사건들을 겪었다. 4.19의거와 부마사태, 5.18 항쟁, 서울의 봄, 촛불시위 등은 나라의 지각을 흔들고 정치적 변혁을 가져왔다. 마땅히 질곡을 극복하고 국민의 정치훈련으로 승화돼 정치적 선진화를 이룩했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정치는 기대와 달리 저급하기가 이를 데 없다. 잘못을 개선하고 나아가려고 하지 않고 변명과 역공을 일삼는다. 어떤 결점도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경쟁 상대를 매몰시키는 데 집중한다. 진영논리가 뿌린 고질이다.

여야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정국은 경색되곤 한다. 세계에 부끄러운 한국정치의 현실이고, 좌표이다. 일차적 책임감은 집권층이 느껴야 한다. 여권은 국정을 운영하고 있고, 그만큼 권한과 기선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집권 세력은 야권의 목소리를 조금도 수용하려들지 않고 매몰차게 압박한다. 국민들의 다른 의견을 묵살하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으로 보인다. 여권이 기회만 있으면 촛불혁명을 거론하며 야권을 공격하는 것도 제도정치를 벗어난 대중정치를 부추기는 의도로 비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번씩이나 한국당의 일부가 개최한 5.18 공청회를 공격하면서 자신도 폄훼에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반대 정파의 일부 주장이 잘못이면 해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위치의 국가원수가 당사자들의 분노에 동조하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5.18 그 자체를 폄훼하는 것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미숙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의 의혹이 제기되면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 합리적이다. 덮으려는 기도도 적절치 않고, 야당 전체에 프레임을 씌우는 일은 더구나 옳지 않다. 문 대통령에게서 진영의 논리를 잠재우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사를 결정하는 국가지도자로서의 결연한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국회의 인사청문회 결과를 무시하고 장관 등의 인사를 강행했고, 가장 공정해야 할 중앙선관위 상임위원도 국회 절차를 피하고, 캠프 인사로 의혹이 제기된 인사를 임명했다. 통계청장의 인사도 마찬가지의 비난이 일었다. 사법권의 주요 인사에서도 그랬다. 대선 캠프 시절에 내놓은 정책안들이 국정의 현장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판명돼도 개의치 않는다. 한국의 원자력은 전혀 위험성이 없다고 해외에 나가 설득하면서도 국내에서는 국민의 과반 이상이 반대해도 탈원전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소득주도 성장의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정책을 고수한다. 최저임금제와 근로시간제, 비정규직의 문제로 경제에 적신호가 계속 나타나도 결단에 미온적이다. 특정 정파의 이해를 넘어서 국가와 국민의 차원에서 우려가 많이 나온다.

부산에 가서는 3년 전에 이미 결정이 난 김해 국제공항 확장계획을 가덕안으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부산에 가장 많은 4조여 원이 들어가는 예비타당성검사의 면제를 지역 안배로 발표했다. 그런 선심성 행보가 선거용이라는 야권의 반발은 총선과 대선에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정권은 아직도 선거 캠핑 중인 듯하다. 대통령이 아직도 캠프에서 선거를 치루고 있는 진영의 지휘자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취임사와도 거리가 멀다. 그대로라면 국가지도자보다 지지세력에 충실한 대통령으로 역사의 평가를 받을 공산이 크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김경수 경남지사 선고에 대한 불복 압박을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사법부 독립을 침해했다는 공식 태도 표명이다. 민주당은 김 지사 살리기를 위한 특별기구까지 설치하는 등 당력을 집중해 왔으며, 이해찬 대표는 당 지도부를 이끌고 부산으로 내려가 김 지사의 판결과 구속을 강공하면서 판사들의 탄핵도 언급했다. 집권당이 당 차원에서 법원 판결에 법정 공방이 아닌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삼권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법조계와 야권의 반발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대선 캠프에서 일어난 댓글 조작의 후유증이다.

이해찬 대표는 21일 당 행사장에서 민주당의 100년 집권론을 거론했다. 20년 집권에 이어서 50년, 그리고 100년 집권론을 띄운 것이다. 정당이 장기적인 계속 집권을 목표로 삼을 수는 있다. 그러나 공당의 대표가 정치의 유동성을 알고도 허황된 희망을 공개적으로 내뱉는 언행은 오만하고 무책임하게 들린다. 여당으로서 좋은 정책의 개발보다 정권 유지에 집착하는 듯한 이 대표의 거듭된 행보는 여당이 아직도 대선 캠프의 연장선상에 있거나 벌써 선거체제에 들어간 인상을 받는다. 민주당도 지금 캠핑 중이다. 이해찬 대표는 100년 집권론을 펴면서 한국당의 전당대회를 건들었다. 태극기 부대의 소란과 막말을 비난한 것이다. 한국당 극우성향의 공격적인 언행들이 빌미를 주었지만, 당 대표급 중진 정치인으로서 경쟁 상대의 일부를 들어 상대당 전체를 매도하는 모습도 고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금도를 지켜야 유유히 흐른다는 이치는 상식이다. 내부의 문제든지, 국사와는 관계없는 아픈 약점은 알고도 건드리지 않는 게 신사도이다. 상대의 결점만을 후벼파는 야박한 도량으로 어떻게 국가를 경영할 철학과 비젼을 품을 수 있겠는가. 지난해에 타계한 미국의 공화당 원로 존 메케인 상원의원은 미국 정계의 노블리쥬 오블리제로 조야의 추앙을 받았다. 보수 진영의 아이콘이면서도 정파적 이익보다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해서 당내 지도부나 자당 출신 대통령에게까지 비판의 소리를 서슴없이 던졌다. 물론 이해타산과는 전혀 관계없는 순수하고 양심적인 행위였다. 2017년 7월에는 뇌종양 수술을 받고 아물지 않은 상태로 상원의 기립박수 속에 출석해서 오바마 케어를 폐기시키려는 자기당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2008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오바마 후보와 겨룰 때는 한 지지자가 상대 후보를 거칠게 비난하자 메케인 후보가 그러면 절대 안된다고 타이르던 모습은 미국정치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모범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떤가? 당 대표나 원내대표, 대변인, 기타 당직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상대를 비난한다. 정치는 언어라는데 한국정치는 비난의 언어이다. 변명과 역공의 언어이기도 하다. 구체적이지 않고 덤터기 씌우기에도 능하다. 당직자들은 공방 언어의 기술자들이다. 유머와 위트로 장식된 의미의 함축이 아니라 독소를 풍기는 야비한 비속의 남발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국가와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인기와 표만 보려하기 때문에 빚어진다. 말하자면 정치는 아직도 일종의 선거 캠핑 중이기 때문이다. 유머와 여유 속에서도 신념과 결단으로 세기를 주도한 처칠과 레이건 같은 걸출한 정치인은 나올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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