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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해야 할 납북한 '세트장 경제'
강희복 전 대통령 경제비서관  |  hbkang@m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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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25  08: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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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위의 화물차들

남북한이 세트장 건설에, 내실보다 외형에 치중할까봐 걱정이다. 세트장이나 가짜가 많으면 많을수록 남한 경제마저 침몰하지 않을까, 외형만 있고 알맹이가 없기에 남한 경제력을 낭비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평양시 자체가 거대한 세트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평양이 자기 스스로 성장 발전한다고, 소위 지속성장한다고 믿는 세계인은 물론이고 북한주민도 없다고 생각한다. 도시로서의 기반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시민들의 생산이 소비를 능가하여 저축과 투자가 일어나지 않으면, 지금 마야의 문명과 무엇이 다른가? 안데스 산맥에서 고대 잉카의 ‘마추픽추’를 보면 매우 신비하기는 하지만, 지금 세트장 신세이다.

남한에서도 외형뿐인 세트장이 자주 세워져서 걱정이다. 오래 전 지방에 정치적으로 건설한 공항들이 그런 신세지만, 최근의 사례도 있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개최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 동계올림픽 행사이후 경기장으로의 발길이 줄고 기능이 점차 사라진다고 한다. 결국 지속성장이 가능한 개발이 아니었고 영화세트장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세트장들이 실은 실용하지 못할 가짜인 것처럼, 정책과 제도에도 세트장처럼 가짜가 숨어있어서 국민을 현혹시킨다. 현혹되면 낭패하기 쉽기에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최근 기대에 찬 ‘대북한 경협사업’도 마찬가지다. 남북경협이 터지면 대박난다든지, 현재의 경제난국을 타개하는 승부수라고 현혹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는 힘들고, 낭패한 과거 사례가 있다. 1990년 전후의 일이지만 북한 김일성 주석의 승인과 지원 아래 김우중 회장(“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대우그룹 회장)은 북한 ‘남포’(남한으로 치면 서울의 서해 관문인 인천격이다)에 봉제공장을 투자했지만 빈손으로 철수해야 했다.

왜 그럴까? 그 답은 역사가 가르쳐 준다. 독재정권은 외국투자 사업에 대해 해외거래를 허용하였기에 파생한 부산물, ‘자유와 경쟁’이란 공기의 침투를 끝내 참지 못했다. 독재국가라 하더라도 외국인이 투자한 사업이 가동되고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원부자재의 조달과 생산품 판매를 맡을 국제시장과 거래를 터주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독재국가 안의 빈약한 시장으로는 수익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트인 ‘자유와 경쟁’ 숨통은 시간과 함께 국내로 퍼져가고 넓어지게 마련이다. 점점 많이 흘러들어 오면 독재정당성이 위협받기에 점점 조심하며 그 숨통을 억제한다. 세계와 벽을 열심히 쌓게 되어서, 결국 투자 사업은 실패하고 독재정권이 멸망에 이른 것이 역사 기록이었다. 이를 경험한 독재정권 사례가 무수하기에 북한도 매우 조심할 것이다. 이 조심성은 북한 투자협력 사업을 외형만 있는 세트장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성공한 것 같은 중국이 몸살 앓는 것도 공산독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남북경협이 터지면 대박난다는 것도, 현재의 경제난국을 타개하는 승부수라는 것도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

좀 더 부연 설명한다면, 북한 정부는 남한 기업의 경협사업 진행과정에 여러 간섭을 해야 안심한다. 이 간섭은 한국보다 북한이 훨씬 더 심하다. 남한은 ‘정부를 국민이 감독하는 체제’이지만, 북한은 ‘정부가 국민을 감시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출발의 차이는 남한 기업에게 ‘북한의 행정 간섭이 가져오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패도 마다하지 않는 모험’을 하게 한다. 그렇기에 북한 공직자 입장에서는 행정 간섭을 완화해주는 것이 부패와 연결된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이런 오해를 극복하는 선택은 북한 공직자들에게는 형벌과 같아서, 결국 사업이 ‘성공하는 쪽보다 실패해도 좋다는 쪽’으로 치달을 것이다.

북한 경제부총리 김달현이 1990년대 초 서울에 와서, 고속도로의 화물차에 대해 정부가 ‘과적단속’을 한다고 놀랐다. 북한 정부는 과소적재를 단속하기 때문인데, ‘과도히 많이 싣는 이윤 동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유와 경쟁시장’이 가져오는 ‘부자로의 길’을 이해도 믿지도 못하기에, 정부가 계획, 통제로 ‘부자를 만든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금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장마당’이라는 시장을 많이 허용하였기에 90년대와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언제나 행정 단속(몰수)이 가능하기에 근본적 변화는 아니다. 발상과 체제의 차이로부터 시작한 수많은 차이들로 인하여 남북 경협사업은 결국 같이 건너기 어려운 강을 만나고 실패할 것이다.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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