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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의 러시아 문학기행(단상) - 외바퀴 수레에 묶인 죄인들현실 세계의 천당과 지옥
이정식 / 언론인  |  nocut20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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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4  15: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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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바퀴 수레에 묶인 유형수. 사할린 체호프 박물관의 디오라마.
   
▲ 외바퀴 수레에 묶인채 일을 하는 유형수 (옴스크 도스토옙스키 박물관)

제정 러시아 시절의 시베리아 유형소에 관한 기록을 보면 ‘외바퀴 손수레에 묶이는 형벌’에 관한 이야기가 가끔 나온다.

필자도 처음에 ‘유형지에서 가장 가혹한 처벌은 외바퀴 수레에 묶이는 것’이라는 내용을 읽었을 때는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를 못했다. 근년에, 사할린의 체호프 박물관과 옴스크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을 방문해 전시된 외바퀴수레와 사진 등을 본 후에야 비로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사할린 체호프 박물관에는 수용소에서 거적을 쓰고 자고 있는 실물 크기의 죄수 인형 손목에 외바퀴수레(당시에 쓰던 것이 아니라 복제품)를 묶어 놓은 디오라마(diorama : 박물관의 입체모형)가 있다.

그리고 도스토옙스키가 유형생활을 한 옴스크의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에서는 수레에 사슬로 손목이 묶인 채 일을 하고 있는 죄수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당시 외바퀴 수레의 크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도 작은 정원이나 농장 등에서 사용하는 외바퀴 수레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훨씬 투박했겠지만.

외바퀴수레에 묶이는 형벌에 대해서는 사할린의 유형소를 방문했던 안톤 체호프의 기록이 비교적 정확할 것이다. 체호프는 그의 책 <사할린 섬>(1895)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그들은 손과 발에 쇠고랑을 차고 있으며 손에 찬 쇠고랑 가운데 2~3m 가까이 되는 긴 사슬이 달려 있어 이 사슬이 외바퀴수레 아래쪽에 묶여 있다. 사슬과 수레에 묶여 있어서 죄수는 가능한 한 적게 움직이려고 한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그의 근육에 영향을 미친다. 팔은 심지어는 아주 작은 동작에도 고통을 느끼게 되면서 익숙해진다. 나중에 수레와 쇠고랑에서 풀려난 뒤에도 오랫동안 팔이 부자연스럽게 된다. 예를 들어 찻잔을 들 때에도 불필요한 강하고 격렬한 동작을 하게 된다. 마치 차가 돌발성 경련에라도 걸린 것처럼 튀고 쏟아진다. 야간 취침 시 죄수는 수레를 침상 아래에 두고 자는데 보다 그것을 편하게 하고 가볍게 만들기 위하여 그는 공동 침상 끝에 자리를 잡는다. (<안톤 체호프 사할린 섬> 247~248쪽, 배대화 옮김, 동북아역사재단, 2013)

안톤 체호프는 의사였기 때문에 표현에 그의 직업적 전문성이 느껴진다. 현대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같은 가혹한 형벌이 러시아에서 불과 백여년 전까지 행해졌던 것이다. 소수를 제외하고 수레에 묶이는 형벌을 받고 있는 죄인들은 대개 살인죄 등 중죄인이었다고 체호프는 기록했다.

체호프는 『사할린 섬』에, 사할린 유형소의 외바퀴수레에 묶인 죄수들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고 적었는데, 옴스크 도스토옙스키 박물관 사진에는 수레에 묶인 죄수의 수레 안에 돌 같은 것이 들어있어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옴스크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에서 본 사진 중에는 얼굴에 알파벳 낙인이 찍혀진 죄수들의 사진과 손수레에 묶여있는 죄수의 사진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시베리아 유형소에서의 체험을 쓴 도스토옙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이나 안톤 체호프의 <사할린 섬>을 읽거나, 옴스크나 사할린의 그같은 박물관 등에 가 보면 천당과 지옥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실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런 점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억울하게 죄인이 되어 직접 지상의 지옥을 경험한 작가이고, 체호프는 스스로 시베리아를 횡단해 러시아 극동의 시할린 섬까지 찾아가 지옥과도 같은 유형소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은 두 사람이 문학의 거장으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알림]----------------

알림 1] 러시아 문학기행 강좌 개최

제목: 도스토옙스키, 시베리아에서의 10년

강사: 이정식 <시베리아 문학기행> 저자

내용: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토대가 된 4년간의 시베리아 유형과 강제군복무 등 시베리아에서의 혹독했던 10년 세월이 그의 작품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일시: 2018년 5월 29일 (화) 오후 4시

장소: 용산 서울문화사 별관(시사저널 건물) 강당

문의: <우먼센스> 편집팀 (02-799-9127)

이날 3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우먼센스> 주최 ‘러시아 미술’(김은희 청주대 교수) 강좌도 있다.

[알림 2] 8월에 떠나는 러시아 문학기행 : <우먼센스>가 후원하고 BK투어가 주관하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푸쉬킨 등 러시아 문호들의 자취를 찾아보는 ‘러시아 문학기행’이 8월 24일부터 31일까지 7박8일의 일정으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일원에서 실시된다. 문의 및 신청: BK투어(주) 02-1661-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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