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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강안남자’와 ‘받들겠습니다’[세종칼럼] 1월 20일로 용산참사 9주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
정길화(방송인,언론학 박사)  |  news@sejong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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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9  15: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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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철거민 5명이 사망했던 이 참사는 89년 부산 동의대 사건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당시 사진을 찍은 노컷뉴스 한재호 기자는 이 사진으로 한국기자상 사진보도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노컷뉴스

'용산 참사'가 일어난지 1월 20일로 9주기다. 당시 국가인권위도 지적했듯 이 사건의 본질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철거민 등 5명과 경찰병력 1명 등 6명이 사망한 것이다. 도심 재개발의 방식, 공권력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을 야기한 이 사태는 끝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아픈 숙제 중의 하나다. 지난해 연말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 대상자에 용산참사 철거민들이 복권됐지만 이들은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참사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는 2009년 1월 20일 당시 경찰 당국이 왜 그러한 작전을 벌였는가 하는 것이다. 당시 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이충연 씨는 "그날 누가 지시를 했고, 왜 무리하게 진압해 사람들을 죽게 했는지 낱낱이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017.12.19). 사건의 배경에 대해서는 1.20 직전인 1월 18일 당시 서울시 김석기 서울시 경찰청장이 경찰청장으로 내정되었는데, 승진이 된 김 청장이 임명권자에 ‘보답’하기 위하여 무리한 진압작전을 벌임으로써 사태가 야기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용산 참사와 관련해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단서’가 하나 있다. 1.20 용산진압작전과 관련해 그 무렵 문화일보에 연재되던 소설 <강안남자>가 어떤 ‘영감’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이다. 주지하다시피 <강안남자>는 주인공 조철봉의 애정행각을 노골적인 성묘사로 그려 세간의 화제를 모은 통속적인 신문연재소설이다. 능력과 정력을 겸비한 조철봉은 한때 ‘샐러리맨의 로망’으로 꼽힌 적도 있고 한겨레신문에 작가와의 전면 인터뷰가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2009년 1월 당시에 연재된 내용이다. 소설 속에서는 조철봉이 어느 덧 대통령 특보가 되었고, 하루는 청와대에 대통령을 만나러 들어가는 대목이 나온다. 이 때 한국 사회에는 양고기 파동(쇠고기가 아니다...)으로 도심에서 대대적인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에 들어간 조철봉 특보는 대통령으로부터 “오시면서 길 막히지 않던가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자 조철봉은 대통령이 촛불시위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직감한다. 그는 대통령 면담 후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대통령께서 저한테 말씀하셨는데요. 책임자가 소신껏 진압해 주셨으면 한답니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말씀이죠.”라면서 대통령을 '참칭'한다.

이에 남대문 경찰서장은 경찰 병력 8,000명을 전격 투입해 세 달간 끌어오던 시위를 두 시간 만에 진압한다.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30%대에서 단번에 60%대로 오른다. 그러자 조철봉 특보는 측근에게 “봐라. 이것이 바로 윗분을 모시는 아랫사람의 자세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대통령은 직접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거야. 밑에 놈들이 알아서 챙겨야지. 책임도 지고 말야. 나는 그래서 어젯밤에 촛불시위대를 끝장낸 거다.”라고 말하고 있다.

 <강안남자>를 대중소설로 본다면 장르상으로는 이른바 피카레스크 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 이원호는 조철봉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러 상황에 대한 사회적 발언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시각은 매우 보수적이며 마초적이다. 쇠고기가 양고기로 바뀌었을 뿐 2008년에 발생한 ‘광우병 촛불시위’에 대해 작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유약한 공권력에 대해 일대 ‘각성’을 촉구한 셈이다.

 <강안남자>에 문제의 이 장면이 등장한 것은 2009년 1월 1일에서 5일 사이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것은 1월 18일. 용산 남일당 진압 작전이 개시된 것은 1월 20일이다. <강안남자>는 연재 당시 장안의 화제작으로서 40대 50대 남성들이 탐독하는 신문연재소설이었다. 소설 속의 장면이긴 하나 양고기 파동과 촛불시위 진압을 너무나 리얼하게 그리고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이 소설이 경찰의 1.20 용산 작전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절묘하고 구체적이다. 경찰 당국의 누군가가 이 대목을 보았는지 여부와 별개로, 소설적 정황이 먹히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문제는 조철봉식 방식이 과연 적절하고 정당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소설의 남대문서장은 양고기 촛불시위의 진압에 성공하지만 이를 벤치마킹한(?) 현실의 서울경찰청장은 무리한 진압 작전 결과 엄청난 인명피해를 내며 우리 사회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그런 점에서 조철봉식 방식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천박성, 탐욕성 그리고 몰지각성이다. 유사한 장면을 우리는 최근의 영화 <1987>에서 나오는 고문하는 공안경찰들의 ‘받들겠습니다’ 복창 장면에서 만난다. 2009년 용산 참사는 1987년 남영동 고문치사로부터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원은 성찰없는 우리 현대사의 심연에 닿는다. 9주기를 맞아 희생자 6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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