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남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소한 최우선변제금만은 보장하는 내용이 담길 줄 알았다"며 "하지만 저희가 너무 희망적으로 봤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우선변제금은 세입자의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갈 경우 은행 등 선순위 채권자보다 세입자가 먼저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법에는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최장 10년간 최대 2억4천만원의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 피해자들은 특별법에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박 부위원장은 "자신의 피해 사실조차 스스로 파악하지 못한 세대도 있는데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대상자들이 구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마음 같아선 아예 특별법을 폐기하라고 하고 싶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피해자도 있어 그러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부분이 빚을 졌거나 빚이 없더라도 자신이 수십 년 모은 전 재산을 잃은 셈인데 다시 수십 년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되겠느냐"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인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정부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병렬 대책위 부위원장도 "전세를 얻었다가 사기당한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대출받아 전세로 들어가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라며 "빚에 빚을 더하는 셈인데 그렇게 받을 수 있는 대출조차 최우선변제금을 받는 이들은 제외된다"고 꼬집었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는 다신 전셋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며 "저리 대출이나 무이자 대출이더라도 결국 원금은 갚아야 하는데 이 자체가 어려운 이들도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최우선변제금 무이자 대출 방안을 비롯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신용회복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원래 정부 안보다 적용 대상이 확대됐으나 야당과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핵심 쟁점인 보증금 채권 매입과 최우선변제금 소급 등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정부가 경·공매 비용 70%를 부담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원하는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를 포함했다. 특별법 적용 요건 역시 완화됐다. 지원 대상 피해자의 보증금 범위는 최대 5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인천 미추홀구에선 전날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에게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40대 남성 A씨가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에선 앞서 지난 2월 28일과 4월 14·17일에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른바 '빌라왕' 사건 피해자까지 포함하면 현재까지 전세사기 관련 사망자는 모두 5명이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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